1년 전 이맘때쯤 독립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 거예요. 이제 텔레비전 채널도, 라디오 볼륨도, 컴퓨터 쓰는 것도 몽땅 내 멋대로 할 수 있었지요. 누구도 내 생활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독립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렇게 마냥 좋기만 했습니다. 이 채널 저 채널 돌려가며 텔레비전을 보거나 다른 사람 블로그를 기웃대는 웹서핑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저를 보게 됐어요. 홀로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외로움 병이 시작된 것입니다. 웃긴 오락 프로그램도, 재미있다는 드라마도 내 외로움을 달래주지는 못했지요. 뭔가 돌파구를 찾고 싶어, 가만히 앉아 이 책 저 책 꺼내들고 뒤적대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쭉 읽어나갈 때 미처 새기지 못했던 구절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우리는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지만, 어느 때가 되면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그런 식의 탈출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이때 혼자 사는 여자는 고통스럽고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현상이다. 더 이상 구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것을 향해 자신의 내면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외로운 여자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본문 中
외로움이 불러온 여러 생각들을 뜯어보았습니다. ‘나’ ‘관계’ ‘내가 지향하는 삶’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 ‘내가 포기하면 좋을 일’……에 관한 생각들을 열어 내놓고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설렘이 마음 한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곧 불어 닥칠 차가운 가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갈 자신도 생깁니다. 이런 마음들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진짜 독립을 이루어 나가는 거겠지요.
글. 푸른숲 주니어팀 김솔미
푸른숲
2009/08/28 10:12
2009/08/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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