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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지구위의 작업실 :: 2009/07/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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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도시인은 숨어 있을 공간을 꿈꾼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을 위한 지구 위 단 하나의 공간, 작업실
나는 멀쩡한 사람들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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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은 숨 가쁜 현대인의 로망을 일상으로 포섭한 한 남자의 일상, 오로지 작업실에서만 벌어지는 일상을 담고 있다. 한평생 작업실을 추구해온 저자가 난생처음 작업실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작업실 ‘줄라이홀’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아침에는 회사로, 저녁에는 작업실로 출근했던 회사원 시절의 이야기, 그 공간에서 시를 쓰고 음반과 오디오를 섭렵하던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지상의 햇살과 소리와 날씨와 결별하고 지하에 동굴을 파고 들어앉게 된 이야기.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의 추구에 있다는 ‘행복 담론’에 휩쓸려 ‘공인된’ 재미와 의미와 가치에 매진하지만,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 너무나 ‘멀쩡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다른 가능성을 꿈꾸라고, 조금씩은 미쳐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작업실이다. 작업실이 어디에 있든 간에, 그곳에서 무슨 작업을 벌이든 간에 중요하지 않다. 결재서류나 상사의 질책, 잔소리하는 아내, 소파에 벌렁 누워 있는 남편 등등 나를 둘러싼 외부가 모두 배제된 오로지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공간에서, 사사롭고 비본질적인 행위에 몰두하며 되찾게 되는 어린 시절 놀이의 순수한 즐거움과 ‘나’라는 존재와의 맞대면은 현대인들에게 마지막이자 유일한 해방구라는 것이다.

죽어라고 건강을 챙기고 미친 듯이 레저를 즐기고 그 밖의 모든 시간에 일만 하는 멀쩡한 세상살이. 저축을 하고 재테크를 하고 노후 대비를 하는 현명함.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냐고 얘기하는 저자는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재배치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해방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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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혼자 숨 쉴 공간이었다. 멍하게 면벽하고 시간 죽이는 것도 작업이다. 나만의 비밀 공간에 틀어박히는 것. 누군가는 그것을 현대인의 로망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로망의 사명을 지니고 이 땅에 태어났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경탄을 위해 얼마나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하는지, 그 일상을 말해야 한다. 실은 나 자신이 언제나 내 작업실의 방문객이다. 문을 열고 발을 디디는 순간 탄성과 탄식, 감동과 회한, 그런 감흥이 일지 않으면 그것은 작업실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작업실은 추억의 공간이다. 당장의 한순간 한순간이 추억의 시간이다. 작업실에서 살아간다는 건 추억을 생산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_p.28

콩을 고르거나 커피를 볶거나 드리핑해 내리거나, LP를 닦거나 말리거나 라벨링을 하거나 직접 틀거나 모든 것이 혼자서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다. 정신의 허기로 하루하루가 고달팠던 이십대 시절 백양사 청류암의 상좌승 청호가 도량 뒤켠 하지감자밭의 김을 매면서 내게 가르쳐줬던 비의다. 혼자서 하염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일. 사람 없이, 사람으로부터 멀어져서 사람처럼 사는 일.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며 정성스레 만들어놓은 원두를 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한다. 좀 웃기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웃기지 않는다.
지금 줄라이홀은 혼자를 견디는 작업을 하는 작업실이다. 아, 집에 들른 지 너무 오래됐다. _p.98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에 내 윗세대들은 두려움과 생존의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최신 유행가를 배우고 최첨단 개그를 안쓰럽게 구사했다. 과거에 존중받던 가치를 얼른 내다버렸다. 자, 그런데 문제는 이제 다들 너무 오래 살게 됐다는 사실이다. 오십대 육십대가 더 이상 인생 말년이 아니다. 노장의 무게를 잡으려니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젊은 세대를 따라잡으려니 볼썽사나운 데다 언제나 뒤처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세대 간에 딴살림을 차리고 각자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딴살림이어도 생산과 소비 인구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오래들 산다. 지구상에 아날로그의 기억이 영영 사라지는 때가 오기 전까지 재미의 신문명 이전 상태로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은 사무치게 진지하고 독자적인 자기 세계를 추구하고 탈속한 품격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재미 여부와는 장르가 다른 항목이다.

그리움조차도 나와 있는 시간이 바로 오래된 시간이다. 다른 시간이고 비현실의 시간이고
불변의 시간이기도 하다. 오래된 것들. 참으로 오래된 것들. 어떤 우연의 개입으로 나에게 닿아 오랜 시간을 함께 흘러온 오래된 것들. 오래된 것들은 스스로 추억을 재구성하여 현실의 나를 새롭게 조립한다. 간혹 나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게도 만들고, 낡아버린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느끼게도 만든다. 줄라이홀을 보고 이십 년 전의 작업실과 똑같은 모습이라며 이토는 “You changed nothing!”을 외쳤다. 그러니까 줄라이홀은 오래된 작업실이다. 오래된 공간이란 얼마나 다정한가! _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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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은이 : 김갑수
작업실의 안과 밖에서 서로 다른 자아가 교대 근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작업실 안쪽 이야기를 담았다. 유령들과 동거하며 로망, 키치, 센티멘털리즘과 벗하는 일상은 다소 별스럽되 모든 사람의 숨겨진 욕망에 가 닿는다. 하지만 정작 ‘작업실에서 무슨 작업을 하지?’ 하는 의문의 해답은 내려지지 않는다. 다만 작업실 바깥의 세상 사람들을 향해 ‘제발 조금씩은 미쳐달라’고 저자는 소망한다.

김갑수는 성균관 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데뷔했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 『세월의 거지』를 출간한 바 있다. 주로 방송 진행과 강의, 원고 집필로 살아가는 프리랜서로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SBS 「책하고 놀자」, KBS 「문화읽기」,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등의 진행자와 KBS 「TV, 책을 말하다」, 「열린 토론」, MBC 「문화매거진21」의 고정패널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거쳤다. 현재는 TBS DMB 「아름다운 오늘」, K-TV 「인문학 열전」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의 「시가 있는 쉼터」 강의를 3년째 진행 중이며 각급 아카데미와 대학 특강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평론집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서평집 『나의 레종 데트르』, 음악칼럼집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가 있고 그 밖에 다수의 공저가 있다. 대한민국 출판문화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_사진 : 김선규
1987년 한겨레신문사에서 언론사 생활을 시작했다. ‘탈영병의 최후’, ‘가평 UFO 포착’, ‘목마른 참새’ 등의 수많은 특종으로 보도사진전 금상, 삼성언론인상, 언론인 홈페이지 대상 등을 수상했고, 2005년 12월에는 환경재단이 주관한 ‘세상을 밝게 하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현재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김선규의 우리고향산책』『까만 산의 꿈』『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 등이 있다.

_일러스트 : 김상민
홍익대학교에서 광고디자인을 공부했다. 2002년 한국 편집 기자 협회에서 한국편집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경향 신문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yellowbag.pe.kr

2009/07/14 17:06 2009/07/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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