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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엘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2010/08/19 17:26

엘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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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 김희경 옮김

35년간 음악으로 30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 '엘 시스테마 (El sistema)'


간단 소개

음악이 가져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 엘 시스테마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을까? 총을 들고 거리를 떠돌던 아이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어 콘서트에 참여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고단한 삶을 술과 마약에 기대어 견뎌내던 사내가 아들의 연주를 듣기 위해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35년간 30만 명의 삶에서 매일같이 일어났다.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전 국민의 30퍼센트 이상이 빈민층인 나라, 총격 사건과 마약 거래, 폭력으로 얼룩진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거리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쳐 아이들을 가난과 폭력에서 구해온 음악 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35년 역사를 담고 있다. 음악이 한 사람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빈곤과 체념의 문화가 대물림되는 것을 막아 그의 가족과 마을, 사회를 변화시키리라 믿은 초기 개척자들의 헌신, 그 혜택을 받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난 음악가들, 또 그들에게 음악을 배우는 다음 세대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책은 지금껏 부분적으로만 소개된 엘 시스테마의 온전한 모습을 국내에 소개하는 첫 책이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최초의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립하면서 시작되었다. 빈민가의 차고나 창고를 전전하며 연습하던 오케스트라는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치르며 규모를 키워갔고, 오케스트라 멤버들은 전국 각지에 음악 교육 센터를 세워 빈민가 아이들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60퍼센트 이상이 사회 경제적 빈곤 계층으로, 가난과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은 음악을 배우며 비로소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고,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처음부터 솔로보다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중심으로 실시되는 음악 교육은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단체 생활을 통해 질서와 규율, 책임과 의무, 배려와 헌신 등의 가치를 익히게 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재 전국 221개의 음악 학교와 5백 개가량의 오케스트라에서 30만 명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음악을 배우고 있다. 그들은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구스타보 두다멜이나 에딕손 루이스를 바라보며 탁월한 음악가를 꿈꾸기도 하고, 음악 이외의 분야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멋진 선배들을 보며 또 다른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지난 35년간 엘 시스테마가 이룬 가장 큰 성취는 함께 연주하며 자기 앞에 놓인 불행과 싸워나간다면 누구에게나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음악의 약속’, 꿈꾸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믿음일 것이다.


책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평범한 가족을 한번 상상해봅시다. 어느 주에 사는 가족이든 상관없습니다. 아버지는 맥주를 마시며 TV의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고,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저쪽 방에는 바이올린으로 비발디를 연주하는 어린 소년이 있습니다. 이 소년을 둘러싼 음악은 삶에 질서를 부여할 몇 가지 기준을 소년의 가슴속에 심어줍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염됩니다. 장담하건대 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보던 사내는 3년 안에 아들이 주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어느 공연장에 앉아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아이, 그러니까 우리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이웃들까지도 바꿔놓게 될 것입니다. 이웃들은 바이올리니스트 아이가 자기 동네 몇 번지에 산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입니다.” - 135~136쪽

* 매년 엘 시스테마에서 탈락하는 청소년과 아이들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탈락이라는 말은 부적절합니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은 좌절을 느꼈기 때문이거든요. 엘 시스테마에서 중요한 것은 여기에 참여한 사람이 직업인으로서든 음악인으로서든 또 다른 무엇으로든 다양한 길을 가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 남지 못하는 사람들도 사회 안에서 보다 완전하고 통합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문화적 지식을 엘 시스테마 안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103쪽

음악원에서 매주 한 시간 반씩 악기를 배우고 집에 돌아가 혼자 연습하는 전통적인 음악 교육 방식은 사람을 고립시키고 좌절하게 합니다. 반대로 오케스트라 활동에서는 서로의 관심과 경험, 가치, 기술이 공유되고 건강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지요. 이 모든 것은 음악가가 좀 더 폭넓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입니다.〔…〕나는 누구라도 말하는 방법을 모르면 읽고 쓰는 걸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엘 시스테마의 본질은 악기를 아이들의 손에 쥐여주면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악기를 직접 손에 들고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면서 음악을 어떻게 쓰고 연주해야 하는지 훨씬 빨리 배우게 되지요. - 98~99쪽


작가 및 역자 소개

체피 보르사치니(Chefi Borzacchini)
베네수엘라의 카톨리카 안드레스 베요 대학교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문화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1981년부터 87년까지 일간지〈엘 나시오날〉에서 음악, 춤, 발레, 문화 정책 등의 문화 관련 기사를 썼다. 1988년부터 90년까지 일간지〈엘 디아리오 데 카라카스〉에서 일했고, 1990년에 다시〈엘 나시오날〉로 돌아와 2002년까지 12년 동안 문화면을 이끌었다. 13개 베네수엘라 문화예술 기관에서 문화 저널리스트에게 수여하는 미요 베스트리니 상의 첫 번째 수상자이고, 1995년에는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저널리스트에게 수여하는〈엘 나시오날〉의 엔리케 오테로 비스카론도 상을 받았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여러 문화 관련 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 김희경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미국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교 경영 대학원을 졸업했다. 17년 8개월 동안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흥행의 재구성》,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썼다.

2010/08/19 17:26 2010/08/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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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소설선 <디 아더스> 출간 :: 2010/07/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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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 다른 취향, 다른 감수성……
  독자들과 공유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소설

푸른숲은 문학성을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독자들이 순수한 이야기의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는 소설,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와 감수성을 발견하게 하는 소설, 또 지금껏 맛보지 못한 다른 시선과 취향을 경험하게 해주는 소설들을 선별하여 외국소설선 ‘디 아더스(the others)’ 시리즈를 선보이게 되었다.

‘디 아더스’ 시리즈의 기획 기준은 소설 본연의 역할, 즉 이야기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현실을 무장 해제시키는 기발한 상상력, 독특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춘 소설들을 선보인다. 새로운 세계관, 다양한 문화적 코드, 현실을 비틀어보는 예리한 시선 등이 한 편의 영화처럼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작품들 속에서,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즐기고,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즐거운 소설 읽기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더 나아가, ‘디 아더스’ 시리즈는 오늘날 소설 독자들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아이폰 등 신기술을 통해 상상을 넘어선 세계를 경험하고 그런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면서도, 라이카 구형 카메라에 탐닉하며 북촌 골목길의 정서를 사랑하고 인디 영화를 즐기는 등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독자들과 호흡하고자 한다. 즉 책 읽기를 통해, ‘우리’의 취향을 벗어나 나를 표현하고 나아가 나 자신의 삶을 완성하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크리스토퍼 무어, 로사 몬테로의 뒤를 이어 출간 예정인 작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살만 루슈디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내며 커먼웰스 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제프리 무어, 이야기 형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이야기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험하는 스페인 작가 에두아르도 라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관계공포증에 걸린 젊은 세대의 풍경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미국 작가 타오 린 등 개성 있는 작품 세계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다양한 언어권의 인상적인 작품들이 출간될 예정이다.

2010/07/27 20:05 2010/07/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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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고마워요 철학부인 :: 2010/06/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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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철학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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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 윤미연 옮김 | 288쪽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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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8
철학 부인에게 12
나는 누구입니까 27
행복은 어디에 있습니까 69
희망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습니다 123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죽습니다 165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난 게 아니라 의지로 자유로워집니다 199
운명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 그것은 굴복이 아닙니다 245
나의 수신자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 269
옮긴이의 글 275
주석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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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철학, 그리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풀어 쓴 독특한 철학 에세이 《고마워요, 철학 부인》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자기의 건축―철학을 이용하는 한 방법”이라는 원제처럼 이 책은 장애를 운명으로 여기며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이 자기를 부정하고 세상을 외면하던 저자가 철학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철학 에세이다. 1975년생으로 서른둘의 나이에 이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의 삶과 맞닿은 깊은 철학적 성찰을 편지 형식으로 한껏 드러내면서 우리에게 철학적 재미와 동시에 우리 역시 현실을 곰곰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5세기 로마 출신의 철학자 보에티우스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다. 박학다식과 유능함으로 왕의 고문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의 능력을 질시한 이들에게 기회주의자로 몰려 반역죄의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감옥에서 그는 《철학의 위안》을 쓴다. 철학 부인이 그를 면회하러 찾아와 철학자들이 만든 치료제들을 그에게 상기시켜주고 철학 부인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이와 비슷하게 편지의 형식에 자신의 철학 여정을 담은 책이다. 편지의 수신자는 지은이가 너무나도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하는 철학 부인과 ‘성가신 애인들’, 그리고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이다. 즉 프랑스어에서 여성 명사인 철학(la philosophie), 공포(la frayeur), 죽음(la mort)을 의인화하여 그들에게, 또한 철학자 보에티우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에라스무스, 스피노자, 에티 힐레숨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우리에게 극복하려 발버둥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를 얻은 한 인간의 소박하고 뜨거운 고백으로써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그를 구축한 철학자들을 통해 철학이 난해하고 근엄한 현학의 세계가 아니라 내 삶을 보듬는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해준다. 이 책은 졸리앙과 함께 떠나는 철학 여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하여 지혜를 구하는 삶의 아름다움, 즉 철학과 철학하는 삶의 매력으로 인도하는 담백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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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의 무게, 죄의식, 두려움, 일상의 속박들 때문에 자유롭게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이러한 무능함 때문에 나는 철학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철학이 내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계속 자문하고 자세히 검토해보려는 것입니다. (8~9쪽)

내 생각으로는 철학자의 저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지혜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책을 펼칩니다. 그러면 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들려줍니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내밀한 대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의 안내인들과 함께 밟아나가는 여정을 담은 이 편지글을 쓴 것입니다. (10쪽)

나는 종종 이렇게 자문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하지만 당신은 온화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나의 관점을 이렇게 바꾸어놓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서 행복해질까? 이제 멀리 있는 행복을 좇으려는 욕망을 과감히 버리고, 행복이 주어지는 그곳에서 현재의 행복을 음미하며 즐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아주 유리한 패는 바로 선(善), 즉 행복에 다다르기는 아주 쉽다는 것입니다. (에피쿠로스에게_70쪽)

하지만 나의 선택들이 내가 모르는 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분명 포기와는 다른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내가 완전히 변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내 욕망들이 자유로운 기쁨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당신이 현실과 완벽함을 동일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당신의 《에티카》를 대충 부분적으로 읽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을지도 모를 위험한 숙명론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잘못된 독서법으로 자기만족과 오만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거들을 만들어내기까지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완벽하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스피노자에게_212쪽)

나의 스승 중 한 분인 스피노자는 소박한 삶을 살다가 숨을 거두었다. 나는 그가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자유로운 사람은 결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며 죽음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한다.” […] 스피노자는 내가 너를 생각할 때 나를 괴롭히는 현기증 나는 불안을 더 이상 피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는 인생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법, 네가 불어넣는 공포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 즐겁게 존재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환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을 억지로 먹는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죽음을 두려워하여 애써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삶을 더 잘 향유한다.” 스피노자 덕분에 나는 나의 삶 속에서 너에게 더 정당한 자리를 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죽음에게_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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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
1975년 스위스 사비에스에서 태어났다. 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고대그리스어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철학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책 《약자의 찬가》는 몽티용 문학철학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지원하는 문학창작 부문 몽타르 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출간된 《인간이라는 직업》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태어났지만 후유증으로 뇌성마비를 가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불편과 고통, 난관에 수없이 부딪히고, 내면에 잠자고 있는 인식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그는 철학에 빠졌다. 졸리앙에게 철학은 ‘philein(사랑하다)’과 ‘sophia(지혜)’, 즉 ‘사랑이 담긴 겸허함’이다. 그는 철학자란 지혜를 아직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고통을 덜고 구원을 얻는 방법으로서 철학을 만나지만, 철학이 불행을 덮어 가리는 유약이 아니라 세상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깊이 연구하는 한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옮긴이 | 윤미연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가면을 쓴 과학》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의 라디오 아들》 《첫 번째 부인》 《홍당무》 《구해줘》 《피카소》 《뒤피》 《장미》 《옥소도시》 《자연은 살아 있다》 《제2의 순수》 《초록색 정원에서 보내온 편지》 《불타는 세계》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마지막 숨결》 《라디오 국어 사용자쇼》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어느 완벽한 2개 의 죽음》 《스튜디오 필로》 등이 있다.

2010/06/15 16:45 2010/06/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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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신간]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 :: 2010/05/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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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언어로
철학과 영화를 이야기하는 공간,
스튜디오 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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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 윤미연 옮김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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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1 : 의지의 사용법
모르면서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Lecture 2 : 의심의 사용법
의심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까?

Lecture 3 : 자유의 사용법
내가 자유롭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Lecture 4 : 정념의 사용법
행복할 때 사고가 더 활발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Lecture 5 : 고매함의 사용법
우리를 진정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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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철학의 만남을 통해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신개념 철학 강의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 2005년부터 매주 토요일 파리 13구역의 영화관 MK2에서 진행된 올리비에 푸리올의 철학 강의 ‘시네필로’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앞둔 프랑스 고3 학생 및 젊은 철학도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2008년 프랑스 오랑주 TV의 〈스튜디오 필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프랑스에 새로운 철학 읽기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철학 강연은 2010년 현재 5시즌에 접어들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 강연의 1시즌에서 다룬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내용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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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우리의’ 영화를 만드는 방법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상의 크기와 중요성을 확대하거나 축소시키는 방법들을 제시해줍니다. 우리는 유용한 방식으로 스스로 환상을 품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가 행동하기 위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상 좌표계의 총체를 제공해줍니다. 운동선수들이 시합에 앞서 실시하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바로 그런 게 아닐까요?

_본문 165쪽

“레이먼, 넌 곧 죽는다!”
“제발!”
“레이먼, 대학에서 뭘 배웠지?” 
“그냥 이런저런 거요.”
“이런저런 거? 그런 과목도 있나? 이봐, 난 뭘 전공했느냐고 물었는데?” 
“생물학이오.”
“왜?”
“모르겠어요.”
“넌 뭐가 되고 싶었지, 레이먼 헤셀? 이봐 레이먼, 내가 묻잖아. 뭐가 되고 싶었냐고?” 
“빨리 대답해! 젠장!”
“수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동물?”
“예, 동물, 그냥 그런 거요.”
“그럼 공부를 더 해야겠군.”
“수의사가 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럼 죽을래?”
“아뇨, 제발.”
“여기서, 이 별 볼 일 없는 가게에서 이렇게 무릎을 꿇은 채로 뒈지는 게 더 좋아?”
“아닙니다. 제발, 쏘지 마세요…….”
“면허증은 내가 보관해두지. 지금부터 내가 널 철저히 감시할 거야. 난 네가 어디 사는지도 알거든. 6주 안에 수의사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넌 죽은 목숨이야, 알겠나? 그러니까 당장 네 집구석으로 돌아가.”

_본문 30-31쪽

타일러는 자신이 보기에 결단력과 의지가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의지를 전수해주려는 것입니다. 사실은 자신의 결단력을 타인에게 나눠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는 일종의 현대판 예수인 셈이죠. (...) 데카르트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까요? 그 누구도 우리에게 욕망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 대신 욕망할 수 없습니다. 의지는 전수하거나 배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우리 대신 욕망해주는 게 아니라 그 불가능성을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그 불가능성이 곧 의지와 자유의 핵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_본문 32-33쪽

“왜 그런지 몰라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내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어요.”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포레스트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가 달리는 것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씩 뒤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 사실, 의지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광경보다 더 아름다운 장관이 어디 있을까요?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는 타인들에게 자유로워지라고 헛되이 강요함으로써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전혀 의도하지 않고도 타일러가 하려던 것을 해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포레스트는 자신의 의지를 유일한 예로 들어, 타인의 내면에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의지를 직접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얻어낸 효과지요. _본문 38-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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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은이 : 올리비에 푸리올(Ollivier Pourriol)
1973년생. 파리 고등사범학교 철학교수자격 소지자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3년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단편영화 〈컷 인 몽타주Coupe au Montage〉는 국제영화페스티벌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에 발표된 첫 번째 소설 《메피스토 왈츠Mephisto Valse》는 프랑스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이후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칼을 든 화가Le Peinture au couteau》, 《폴라로이드Polaroide》, 《위대한 도둑 알랭Alain, le grand voleur》이 있다.

_옮긴이 : 윤미연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가면을 쓴 과학》《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나의 라디오 아들》《첫  번째 부인》《홍당무》《구해줘》《피카소》《뒤피》《장미》《옥소도시》《자연은 살아 있다》《제2의 순수》《초록색 정원에서 보내온 편지》《불타는 세계》《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마지막 숨결》《라디오 쇼》《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 등이 있다.



2010/05/18 15:41 2010/05/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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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2010/05/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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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마천루 숲에 별처럼 박혀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서점들.
나만의 책을 찾아 먼지 쌓인 서가를 뒤질 수 있는,
오직, 그곳에만 있는 서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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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지음 | 292쪽 | 값 13,5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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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dule 1 '도서관을 태우다'
*  Day 3 : 뉴욕을 대표하는 대형 서점 두 개
  - Barnes & Noble Bookseller, Strand Bookstore

Schedule 2 '미래에서 책을 구하러 온 여자'
* Day 29 : 그녀는 무얼 하고 다니는 걸까
  - St. Mark Bookshop

Schedule 3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버린다면'
* Day 40 : 게이, 레즈비언 그리고 셜록 홈즈
  - Oscar Wild Bookshop, Partners & Crime

Schedule 4 '나는 북원더러입니다'
* Day 71 : 북러버, 북헌터, 북원더러
 - Unoppressive Non-Imperialist Bargain Books
* Day 82 : 마지막 서점 - James Cummins Books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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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2007)을 수상한 작가 서진의 첫 번째 여행 에세이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부제: 북원더러 서진의 뉴욕 서점 순례기)가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83+4일 동안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51개의 서점을 순례한 이야기에, 세 명의 주인공이 한 권의 책을 손에 얻기 위해 서점을 찾아다니는 픽션이 결합된 독특한 여행 에세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들며 책의 의미를 둘러본 이 책은 진정한 여행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줄거리

뉴욕 서점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 주인공 서진. 하지만 그의 진정한 목적은 10년 동안 쓰고 싶어 했던《도서관을 태우다》라는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다. 서진은 도착 첫날 제니스라는 여자를 만나는데, 그녀는 서점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버린다면 어떤 책 세 권을 구하겠느냐고 묻고 다닌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종이책을 보관한다. 이른바 궁극의 도서관.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목적은 《도서관을 태우다》라는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실제로 그 책 때문에 미래에서 모든 책이 불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미래에서 온 여자? 서진은 제니스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뉴욕 서점을 순례하고, 작가를 취재한다. 그러던 중 로버트를 만나 제니스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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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을 헤치고 문을 열면 험상궃게 생긴 아저씨(대부분 흑인이다)가 당신을 부를 것이다. 뭔가 잘못한 것도 없고, 훔친 책도 없는데 당신을 부르는 이유는 가방을 메고 있기 때문이다. 손가방 이상의 크기라면 물품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모든 책에 전자 감응 장치가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트랜드를 몇 번 찾다 보면 가방이 없는 것이 좁은 서가를 누비는 데 편하다는 걸 곧 알게 된다. 게다가 가방이 없으면 책도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사게 된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 스트랜드가 주는 인상은 이렇다. '이곳은 우리만의 룰이 있으니 따라주세요. 아니면 나가시든가', '새 책도 그 어떤 서점보다 싸니까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주세요.' 그런 불편한 인상도 극복하고 스트랜드에 입성한다면 당신은 이후부터 충성 고객이 될 자격은 일단 갖춘 셈이다. 빨간 스트랜드 로고가 달린 부직포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봤을 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면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고.

-p. 27~28, Strand Bookstore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버린다면 구하고 싶은 세 권의 책들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사람은 시집을, 어떤 사람은 만화책 또는 고전 소설을 선정하기도 했다. 아마존에서 그 책들을 위시 리스트에 담고 리뷰와 판매 순위를 살펴보았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도 있고, 별 반응이 없는 책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책이 모두에게 중요한 책은 아닌 것이다. 그런 책과의 만남은 연인과의 인연처럼 운명적이다. 마치 연인처럼, 어떤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리기도 한다. […]

나는 남들에게 구하고 싶은 책을 묻지만 정작 내가 구하고 싶은 책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퀘스트 서점에서 타로 카드를 읽어주는 케이트의 말대로 소설가의 상상력은 한 개인의 상상력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통된 상상력일지도 모른다. 운 좋게도 소설가 한 명이 그들을 대신해 글을 쓴다. 레이 브래드버리나 윌리엄 깁슨이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누구라도 좋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우아한 언어로 빚어내어 그 의미가 우주처럼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책으로 만들어져 서점 어딘가에 꽂혀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버릴 때, 바로 그 책을 구하겠다고 대답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_p. 152~153

책만큼 읽기가 편하지 않더라도 가볍고 수백 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면, 적당한 가격에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갖고 있다면, 문서 파일과 PDF 파일, MP3 파일을 읽을 수 있다면, 그리고 장기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정말 요구 사항이 많지만) 나는 종이책을 가차 없이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더 이상 여행 가방에 책을 담지 않고 책장에도 책을 꽂아놓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손으로 넘겨볼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책을 사랑한다. 종이책은 그 자체로서 기기와 콘텐츠의 역할을 하는 완전한 문화상품이다. 배터리나 플레이어가 필요 없다. 오래가고 휴대하기 쉬우며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다시는 책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책은 꾸역꾸역 늘어만 간다. 언젠가는 헤어질 오래된 연인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느 순간 종이책에 대한 사랑은 급격하게 식을지 모르지만, 사랑이 끝나기 전까지는 도저히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_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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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은이 : 서진
나는 북원더러다. 어떤 도시를 여행하더라도 서점만은 빼먹지 않고 어슬렁거린다. 특별히 살 책이 없고, 딱히 책을 많이 사지 않는데도 서점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어디엔가 반드시 내가 쓰고 싶은, 만들고 싶은, 인생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하루에 세 시간은 어떻게 해서든지 꼭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주요 관심사는 뱀파이어, 좀비, 모텔, 맥주와 기차 여행. 요즘엔 남몰래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한 마리의 늙고 불쌍한 개와 네 마리의 능청스러운 고양이 그리고 관리하기 힘든 한 여자와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 있는 다락방이 딸린 집에서 살고 있다. 1년에 한 번은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하려고 노력한다. 여행기와 일상의 이야기는 3일 밤만 공개되는 '쓰리 나이츠 온리'(3nightsonly.com)에서 볼 수 있다.

소설가. 문화잡지 <보일라VoiLa> 전 편집장.
대안출판 프로젝트 ‘한페이지 단편소설’(1pagestory.com) 운영자.
현재 문화웹진 <나비> 편집위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2007) 수상.

2010/05/07 14:06 2010/05/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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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신간] 마이 스위트 대디 :: 2010/04/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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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 꽃미남 아빠와 열한 살 까칠 소녀,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 그들의 귀여운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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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제노 우시오 지음 | 고향옥 옮김 | 264쪽
푸른숲 주니어 | 편집_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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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닌 친구
스물다섯 살 아빠
우리들의 비밀 기지

여름

새아빠 VS 친아빠
행복한 일탈
불꽃놀이

가을
힘내라, 힘!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뜻밖의 해후

겨울
괜찮아, 후키코
나의 꿈, 나의 음악
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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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라는 나무’ 스물세 번째 책 《마이 스위트 대디》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스물다섯 살 아빠하고 단둘이 사는 후키코네와 4인 가족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다이치네, 이 두 가족이 이웃해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섬세한 입자들을 경쾌하고 투명하게 그려 낸 가족 소설이다.
특히, 이 작품 속에서 눈여겨 볼 대상은 후키코네 가족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한 살 소녀 후키코는 변변한 직업도 없고, 나이도 어린 새아빠 마 군과 함께 산다. 그들은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상실감과 생활고, 그리고 이웃의 선입견 속에서도 서로를 끔찍이 아끼며 밝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이 작품은 ‘싱글 대디’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으며, 꼭 다수가 좋다(옳다)고 여기는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면서 진정한 행복과 성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반추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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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주 당연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 군이랑 재혼했거든. 되게 어려 보이지? 이래 봬도 스물다섯 살이야. 우리 엄마가 마군보다 열다섯 살 더 많았어. 그러니까 옛날에, 마 군이 일거리가 없어서 밥도 못 먹고 사는 걸, 우리 엄마가 불쌍하다고 돌봐 준 거야.”
“아, 알겠다. 그런 남자를 제비라고 부르는 거야.”
가쓰야가 순진하게 아는 척했다.
“후키코, 자세한 설명, 고마워.”
마 군은 새빨개진 얼굴로 씁쓸하게 웃었다.
신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있다가 마 군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근데요, 옛날에는 사람이 아니고 제비였어요?”
(24쪽에서)

“정말이지……, 저한테는 후키코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멋대로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후키코가 친아빠한테 가는 게 행복하단 걸 뻔히 알면서도…….”
마 군은 가슴이 아릴 정도로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후키코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후키코 자신만 알 뿐이에요.”
다이치 엄마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후키코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중략)
마 군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어렸다. 그러더니 그 눈동자 속에 조금씩 씩씩한 기운이 돌아왔다. 다이치 엄마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아마 후키코는, 큰 집에 살게 해 주고, 자신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어 줘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걸요. 그건 내가 장담해요. 예쁜 옷 입혀 주고, 학원 보내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고……, 그런 것들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엄청 많다는 걸, 후키코는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중략)” 
(89~90쪽에서)

“후키코 아빠한테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그것은 남이 정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의 다양한 삶을 일반적인 잣대를 가지고서 판단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나는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이에요. 당신이라면 후키코도 음악도 똑같이 소중히 여기며 살 수 있지 싶어요. 그럴 만한 재능도 정신력도 갖춰져 있잖아요. 겉으로는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값싼 격려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줘요.”
다이치 아빠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마 군의 등을 탁 쳤다.
(23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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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지은이 : 카제노 우시오 (風野潮)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98년 《비트 키즈》로 제38회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같은 작품으로 제36회 노마 아동 문예 신인상, 제9회 무쿠하토주 아동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비트 키즈’ 시리즈, ‘보름달을 잊지 마!’ 시리즈, 《나는 아이돌?》, 《테리아 씨와 나》, 《숲 속으로 어서 오세요》, 《모데라토로 가자♪》 들이 있다.

_옮긴이 : 고향옥
동덕여자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공부하였다. 지금은 한․일 아동 문학 연구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아동 문학을 공부하면서 일본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노란 풍선》《나는 입으로 걷는다》《용과 함께》《하모니 브라더스》《친구는 바다 냄새》《나의 형, 빈센트》《친구가 생긴 날》 들이 있다.

2010/04/28 16:34 2010/04/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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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2010/04/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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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유이스를 대담한 항해사로 상상한다.
이 글은 아들의 항해일지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 가만히 머물다간 아이, 아들이 달리는 장면을 꿈꿔온 아버지.
그들이 함께한 여행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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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 세라 지음 | 고인경 옮김 | 256쪽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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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기지개를 켜다
과학;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
믿음; 농부의 기도
표식; 신호를 보내줘
메시지; 유유 씨, 계세요?
성; 유유에게 여자친구를
구분; 훈장을 단 아버지들
달리기; 단 하루만 달릴 수 있다면
소망; 손 영화
연금술; 약 나와라 뚝딱
낱말; 내게도 비밀을 말해줘
자기장; 자석 치료 받는 날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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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4일 바르셀로나 오디토리움에서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불의 전차>를 배경음악으로 한 아이가 달리는 폴리스코프 애니메이션이 상영되었고, 카탈루냐 및 스페인의 유명한 문인과 가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수 브루노 오로가 ‘유유’라는 타이틀의 노래를 불렀다. 선천적 뇌 질환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 유유를 격려하기 위해 아버지 마리우스 세라와 그의 친구들이 기획한 콘서트였다. 그리고 콘서트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지난 7월 24일, 유유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신문지면에 보도되었다.

한 자세로 가만히 이 세상에 머물다간 아이, 그리고 그런 아들이 달리는 장면을 늘 꿈꿔온 아버지. 그들이 함께한 여행의 기억을 담은 에세이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원제: Quieto). 라몬 룰 상 수상작가인 마리우스 세라의 자전적 에세이는 2008년 말 카탈루냐어로 출간되어 15주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곧바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으며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스페인 언론 <아부이Avui>는 “개인의 경험을 문학의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감동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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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용어로는 85퍼센트의 장해를 지닌 장애인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이런 모든 꼬리표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뭐라 해도 유이스는 나의 둘째 아이다. 그 애한테는 조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몸이 약한 아들을 돌보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매달린다는 뜻이다. 우리 부부와 딸아이는 유이스가 15퍼센트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돕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항상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대개는 어떤 방법으로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 서문에서

카를라가 흥분하여 편을 바꾼다. 동생의 두 번째 승리에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엄마를 상대로 한 세 번째 승리에는 더욱더 열광한다.
유유는 ‘멍 때리기’ 부문의 최우수 선수다. 그 부문에서라면 세계 챔피언과 맞서도 이길 기세다. 뇌를 쓰지 않는 능력이 무궁무진한 듯하다.
유유 엄마가 머리에 띠를 두른 유유를 온갖 각도에서 사진으로 남기는 동안, 카를라와 나는 유유를 “멍 때리기 세계 챔피언”, “세계 최고의 게으름뱅이”, 그 외에도 밴쿠버 과학박물관의 기발한 게임실에서 우리가 지어낸 온갖 타이틀을 갖다 붙이며 소리소리 친다. - 129~130쪽


“VIP 카드가 뭐예요, 아빠?”
 [...]
“VIP는 영어로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딸의 눈이 커진다. ‘I’가 뜻하는 ‘중요한(Important)’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중요해요?”
딸이 묻는다.
나는 아이의 순진무구함에 그만 두 손을 들고 미소를 짓는다.
“내가 아니야. 중요한 사람은 네 동생이지.”
“유유가요?”
[...]
“너는 동생을 잘 몰라.”
내가 못을 박는다.
 [...]
우리는 유이스의 VIP 카드 덕분에 줄도 서지 않고 유로디즈니의 놀이기구란 기구는 다 타며 사흘을 꽉 채워 보낸다. 카를라는 보는 것마다 빼놓지 않고 동생의 귀에 전달하는 남미 방송국의 사회자로 변신한다. 딸아이의 생글거리는 눈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감탄이 마구 뿜어 나온다. 유유가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의 특별한 VIP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164~166쪽

오리올이 앞장서서 이끄는 축구 특공대가 플로어를 지배하는 동안, 강박적인 생각 하나가 몸속 저 깊은 곳에서 생겨나 응어리가 되어 목을 타고 올라오더니 듣도 보도 못한 강력한 암세포처럼 내 뇌리에 와 박힌다. 내-아-이-는-절-대-로-못-할-거-야. [...] 유이스가 여느 사람들처럼 할 수 없는 일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잘 알고 있다. 아니, 오래전부터 잘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불쌍한 내 마음을 더는 아프게 하지 마>라는 곡의 춤 스텝을 결코 배우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더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얼마나 슬픈지 활짝 뜬 채 깜박이지도 않는 아들의 눈과 마주치자 그 무정함에 상처를 받아 슬그머니 눈물이 올라온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57~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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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은이 : 마리우스 세라 (Marius Serra)
196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카탈루냐어로 작품을 쓰며 2006년 소설 <광대극>으로 카탈루냐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라몬 룰 상을 수상했다. 1996년 <나의 삼촌>이라는 소설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고, 현재는 텔레비전에서 책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언론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작품 외에도 10여 권의 책을 썼다.

_옮긴이 : 고인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스페인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한 멕시코 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전쟁의 풍경> <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이둔의 기억> <그림자를 훔친 남자> <천상의 선율을 담은 모차르트>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 <생물의 진화를 관찰한 찰스 다윈> <도둑맞은 인류의 비밀을 찾아라> <달에서 발견된 비행일기> <악마의 바이올린> 등이 있다.

2010/04/05 16:19 2010/04/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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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로봇의 별 1 - 나로 5970841 :: 201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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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로봇을 꿈꾸다.
로봇, 인간을 꿈꾸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 인류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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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지음 | 오승민 그림 | 232쪽 | 값 8,8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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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5970841
또 다른 세계
이상한 기억
나는 로봇이다
위기의 친구들
백곰네 로봇 수리점
루피의 정체
로봇의 별
선택
위험한 노래
뜻밖의 사건
검은 땅
친구의 친구
마지막 인사
바다로 달리는 기차
되풀이되는 운명
노래의 비밀
또 하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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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흡사한, 혹은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의 시대가 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로봇이다. 권별 화자話者 또한 로봇이다. 로봇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나로와 아라, 네다. 이들은 동북아시아계 인간과 똑같은 외모에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전자두뇌, 그리고 로봇이 제대로 상용화되리라 짐작되는 22세기에 드물게도 단 세 대밖에 존재하지 않는 명품 모델이다.

나로와 아라, 네다는 기초 훈련을 마친 후, 각기 다른 사람에게 팔려 나간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뒤,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꿈을 좇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에 만화적 상상력이 결합돼 아슬아슬하고도 흥미 넘치는 모험담이 스펙트럼처럼 화려하게 펼쳐진다.

  또 한 축으로는 첨단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줄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지상 2킬로미터 위에 건설된 하늘 도시와 우주 도시 라그랑주, 첨단 설비를 자랑하는 우주 승강기 터미널, 폐허가 된 지구, 집 안 관리용 인공 지능 컴퓨터 우렁이, 이름만 외치면 음파를 분석해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소닉 핸드,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만능 로봇 루피, 따뜻한 가슴을 지닌 가사도우미 로봇 현주 씨 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래 사회의 모습이 실감나는 묘사와 강렬한 흡인력으로 읽는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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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난 로봇이에요. 그렇죠?”
“그래, 넌 로봇이야.”
백곰 할아버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봇이라서, 인간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해야 해요. 그렇죠? 나는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인간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인간이 시키면 뭐든 해야 하죠. 억지로 전원이 꺼지기도 하고, 억지로 팔려 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로는 말을 멈추고 작은 손으로 제 가슴을 콩콩 쳤다.
“여기, 마음이 있어요. 우린 인간과 닮도록 만들어졌잖아요. 우린 생각과 감정을 갖도록 만들어진 거잖아요.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점점 더 인간을 닮아 가잖아요. 그런데 왜 인간에게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인간들은 왜 멋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왜 인간이 모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 
“나로야.”
백곰 할아버지가 나로의 격앙된 목소리를 부드럽게 잘랐다.
“그래서 넌 그냥 그렇게 살아갈 작정이냐?”
“네?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으냐?”
백곰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 63~64 쪽에서


종로 3가. 직사각형의 검은 기둥에 지하철역 이름이 붙어 있었고, 그 옆으로 계단이 어두운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계단은 몹시 낡아서 모서리가 깨지고 바닥이 갈라져 있었다. 세월의 더께가 까맣게 붙어 있었고, 쓰레기가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쳤다. 그런 계단의 양쪽으로 사람들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한 소년이 나로의 눈길을 확 끌었다. 겉모습으로 따지자면 나로 또래로 보이는, 열 살 남짓한 인간 소년이었다.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난 그의 온몸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뒤덮고 있었다. 보드라운 털 같기도 하고 먼지 같기도 한 그것은 검고 푸슬푸슬했다. 소년은 마치 그 검고 푸슬푸슬한 것에게 사로잡힌 듯 움쩍도 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나로가 청각 센서의 정밀도를 최대로 높이고서야 비로소 소년의 앝은 숨소리가 들렸다.
“C. F. S., 식인 곰팡이 증후군에 걸린 인간이죠.”
루피가 말했다. 나로는 어이가 없었다.
“말도 안 돼! 식인 곰팡이 증후군 백신이 있잖아.”
“오 나로! 그건 모르는 말씀이에요. 물론 백신이 있지요. 치료제도 있고요. 하지만 저 소년은 델타인이에요. 병원에 갈 돈이 없어요. 병원에 들어갈 자격도 없는걸요. 인간은 이제 수정란을 개량하고 인공 심장을 만들고, 심지어 냉동 인간 기술도 곧 완성된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그건 알파인이나 베타인의 것일 뿐이랍니다. 책임 지수 등급에 따라 갈 수 있는 병원이 다르고 받을 수 있는 치료가 다르거든요.”
나로는 계단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선 채 소년을 바라보았다. 
―124~125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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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지은이 : 이현
어쨌거나,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을 상상하다가 재미난 이야기가 불쑥 떠올라 여러 권의 책이 되었다. 동화 《짜장면 불어요!》와 《장수 만세!》,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스캔들》과 《영두의 우연한 현실》, 그리고 기획서 《얘들아!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니?》를 썼다. 제13회 전태일 문학상과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 그리고 제16회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_그린이 : 오승민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꼭꼭 숨어라》로 2004년에는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2007년과 2009년에는 BIB 비엔날레에 선정되어 전시를 했으며, 2009년에는 볼로냐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다. 그린 책으로 《벽이》 《들소의 꿈》 《장수 만세!》 《아깨비의 노래》 《우렁이 각시》 《명희의 그림책》 《발명, 신화를 만나다》 《며느리 방귀 복방귀》 《비닐봉지풀》 《길고양이 방석》 등이 있다.

2010/03/24 16:40 201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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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거상 김만덕,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 2010/03/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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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벌어 크게 쓴 조선의 여장부 김만덕 이야기!
18세기에 21세기의 삶을 살다 간 여인,
거상 김만덕의 불꽃같은 삶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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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지음 | 244쪽 | 값 11,0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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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만덕, 길을 나서다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시대 변화를 읽는 눈
제주에서 상인이 된다는 것

2부 - 거상의 탄생
거상이 되기 위한 첫걸음
타고난 장사꾼
육지와의 직거래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야
주문생산제의 도입

3부 - 이제 곳간을 열어라!
공물 진상선 경합
만덕, 널리 덕을 베풀다
이분이 임금이시고, 저곳이 금강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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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만덕의 일대기와 더불어 18세기 제주 문화사를 표방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기록을 놓고 한 인물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전면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입고 먹으며 살았는지,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고단한 삶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등이 촘촘히 들어찬 이야기 속에서 만덕은 그 시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생생한 캐릭터로 되살아났다.

조선의 서민층 여성 중에서 생전에 김만덕만큼 큰 공적 명예를 누린 이는 없었다. 그녀는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안동 장씨 등이 개인의 뛰어난 능력으로 일부 상류층에 알려졌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들은 양반층에 속했고, 남성들이 정의한 위인의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만덕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보다 능동적인 인물이었고, 일찍이 나눔의 가치를 깨달은 말 그대로 ‘큰’ 상인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만덕을 한국 역사(특히 여성사)를 대표할 새로운 인물로 내세우려 한다. 만덕은 누구보다 비참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결국 모든 금기를 깨고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뒤에는 그동안 이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즉 그녀의 삶을 이끌었던 것은 축적이 아니라 성취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자유한 시대, 빈한하게 자란 한 여성이 자아실현에 매진하는 모습은 경이롭고 아름답다. 어여쁜 아내, 인자한 어머니가 되기보다는 꿈을 가진 한 사람의 ‘나’로 살았던 김만덕. 그녀는 우리 시대의 진취적인 여성들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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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은 본래 제주의 양갓집 딸이었으나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한 기녀에게 의탁해 살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들자 자연 관기로 뽑혀 들어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만덕의 부모가 죽은 이유는 무엇이고, 그 시기는 과연 언제쯤이었을까? 먼저 아버지의 경우는 만덕이 어렸을 때 장사를 다니다 배가 난파되어 죽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상업이 매우 발달해 있었던 당시 제주에서는 남자들이 연달아 상선에 뽑혀 나가곤 했는데, 바닷길이 멀고 험하여 물에 떠내려가거나 빠져 죽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편 어머니는 만덕의 나이 열두 살 무렵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까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만덕의 나이 열두 살 때인 영조 26년(1750) 9월에 여역(廬疫)으로 제주에서 죽은 사람이 무려 882명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 본문 21 페이지 중에서

만덕은 상품유통이 활발한 포구에 객주와 유사한 점포를 차려놓고 뭍과 교역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왜냐하면 채제공의 <만덕전>에 "그는 재산을 늘리는 데 가장 재능이 있어 시세에 따라 물가의 높고 낮음을 잘 짐작하여 사고팔기를 계속하니, 몇십 년 만에 부자로 이름을 날렸다"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 본문 34 페이지 중에서

"내 재산은 결국 제주 사람들 덕분에 모은 것이니, 이제 저들에게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저들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천만금의 재산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또 그걸 어디에다 쓰겠느냐." - 본문 202 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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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은이 : 정창권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저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과 역사, 예술, 철학, 과학 등을 아우르는 동시에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통합형 연구’를 지향해왔고,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글쓰기를 시도해왔다. 특히 여성, 장애인, 노숙인, 아동, 노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영혼’을 되살리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치밀하게 연구하되, 그것을 이야기식으로 풀어써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이 책에서 이야기체와 설명체가 교차하는 기존의 형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대한 이야기체로 전개하되 필요한 부분에서만 역사적 설명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의 논문으로는 <조선에서의 장애인 인식>, <김만덕 콘텐츠 개발과 활용방안>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등이 있다.

2010/03/19 09:54 2010/03/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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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폭력 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 2010/03/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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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떻게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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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 이한우 옮김 | 344쪽 | 값 15,0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백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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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폭력
무기
폭력과 격정
폭력, 불안, 그리고 고통
고문
구경꾼
사형 집행
전투
사냥과 도주
학살
사물들의 파괴
문화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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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폭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매스 미디어가 전달하는 뉴스나 이미지들은 폭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생생한 위협으로 바꿔놓는다. 특히 국가 간, 도시 간의 거리감이 축소된 지금 ‘너의 위험이 곧 나의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폭력사회》는 이러한 위협의 원천이 폭력임을 밝히며 폭력이 사회와 인간, 그리고 문화와 어떻게 관계 맺으며 서로를 움직이는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란 과연 폭력을 배척하는 존재인가? 사회는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인가? 인류의 빛나는 유산인 문화(문명)은 폭력을 쇠퇴시킬 수 있는가?’ 같은 답이 분명해 보이는 질문을 새로 던지며 우리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인간과 폭력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사회가 폭력으로 인한 고통과 불안의 산물이라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또한 폭력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이들을 예로 들며 인간이 안전한 상태에서 만끽하는 폭력의 쾌감을 해부한다. 아울러 물질 문명 혹은 문화의 발전과 고상한 이념을 추구하는 종교가 폭력을 쇠퇴시키기보다는 폭력을 더 확장시키고, 더욱 잔혹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은 폭력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역설적으로 폭력을 더 체계적인 위협으로 만들어온 과정을 밝히는 1장을 서두로, 자기 확장이 필요해진 인간이 고안한 무기를 다룬 2장, 폭력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밝힌 3장과 폭력 희생자의 내면과 고통을 다룬 4장에 이르기까지 폭력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과 폭력의 산물로서의 사회를 고찰하고 있다. 이후 고문, 구경꾼, 사형 집행, 전투, 사냥과 도주, 학살, 사물들의 파괴, 문화와 폭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폭력과 관련을 맺는 인간의 모습과 문화의 작용을 폭넓게 살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만연한 폭력에 대해서 현상적인 대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인간과 문명의 본질과 속성을 다면적으로 깊게 사유해서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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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서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은 명쾌하다. 사회는 타인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끊임없는 충동이나 노동의 필요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협력하고 단합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폭력의 경험이다. 사회란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공동의 보호를 위해 만든 예방 조치이다. 사회가 구성되면 각자가 누리던 절대적 자유의 상태는 끝이 난다. 이제 만사가 허용되던 시절은 끝났다. <질서와 폭력> 41~42쪽

많은 학살자들은 자신의 학살 행위에 정당성이라는 외피를 입히기 위하여 희생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허구를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것을 통해 단지 법의 이념적 타당성만을 다시 한 번 확증할 뿐이다. 사형 집행은 금지된 선을 넘어서는 것에 반응한다. 거기에는 늘 희생자의 행위가 실재적인 것이건 상상에 의한 것이건 간에 죽일 만한 범죄라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사회나 국가 당국 같은 집단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제거하는 처벌을 어떤 종류의 범죄에 적용하는가? 일탈이나 법규 위반에 대한 문화적인 분류는 무척 다양하겠지만 결국 사형을 당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늘 위법과 금기 파괴이다. <학살> 177쪽

폭력 행위자와 구경꾼은 서로에게 적대적인 자극을 가한다. 구경꾼의 환호와 열광은 행위자를 고무하고 부추기며 앞으로 나아가게끔 채찍질한다. 폭력 행위자가 (폭력 행위에) 요구되는 에너지나 전의(戰意), 무용(武勇), 야수성을 단시간 안에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경우 엄청난 야유와 경멸이 돌아온다. 하지만 (구경꾼들이 내지르는) 환호와 외침은 (마음속에 숨어 있던) 잔혹성의 족쇄를 풀어내며, 비행을 저지를수록 집단적 열정은 더욱 높아진다. 환호하는 다중 자체가 파괴하는 힘이다. 처음에는 폭력이 관객을 만들어냈지만, 이제는 관객이 새로운 폭력을 만들어낸다. 이제 폭력 행위자는 구경꾼의 대리인으로 바뀐다. 그는 단지 구경꾼이 원하는 바를 연기할 뿐이다. 또 그들이 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폭력은, 그 안에서 구경꾼들이 그 자신의 영상(影像)을 인식하게 되는 표상이나 공연으로 바뀐다. 행위자는 구경꾼과 닮았고, 구경꾼도 행위자와 닮았다. 행위자는 구경꾼의 집단 의지를 구현하고 있으며 그들이 원하는 바를 실행에 옮긴다. 이제 진정한 살인 집행자는 개별적인 행위자가 아니라 구경꾼 집단이다. <구경꾼>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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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은이 : 볼프강 조프스키 Wolfgang Sofsky
1952년 출생. 독일의 괴팅겐대학교와 에어푸르트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1년부터 저술가,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테러의 질서: 유대인 수용소》로 지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저작물에 수여하는 숄 남매 상을 수상했다. 《공포의 시대: 정신착란 테러 전쟁》《작전명 ‘자유’: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다수의 저작이 있으며, 영미권, 스페인어권 등 여러 언어권에 번역 소개되었고, 국내에는 《안전의 원칙》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저명한 독일어권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_옮긴이 : 이한우
1961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 외국어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중앙일보 뉴스위크와 문화일보를 거쳐 현재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미디어의 이해》(공역) 《체험 표현 이해》《여성 철학자》《안전의 원칙》등 서향철학 분야의 2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한국은 난민촌인가》《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세종, 조선의 표준을 세우다》《정조, 조선의 혼이 지다》《조선사 진검승부》등이 있다.

2010/03/12 09:40 2010/03/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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