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에세이] 작업실 생각 :: 2009/08/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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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작업실>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씨네21> 기자분께 책 좀 쓰시라고 ‘작업’을 하러 그곳에 간 적이 있습니다. 과연 작업실이었습니다. 노트북을 연신 두드리는 사람, 조용히 책 보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지 하얀 종이에 코를 처박고 있는 사람……. ‘굳은 다짐 고시생이 절간을 찾고, 불멸의 문장 품은 문학청년이 폐가를 찾듯 작업의 절반은 고독과 싸워서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 말도 있잖아요? “러시아에서 대문호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추. 워. 서. 나가면 추우니까.”

유난히 의식하고 의심하며 사는, 그래서 눈칫밥 먹고 자랐느냐는 소릴 종종 듣는 저는 그런 데서 일을 한다거나 책을 본다는 게 영 어색한 일입니다. “홍대 파스쿠치에서 보자” 이러면 보통은 안에서 자리 잡고 사람을 기다리는데 밖에서 사람을 기다렸다가 만나면 그제야 안으로 들어갔던, 무척이나 소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약속 때문에 카페에 먼저 가 책이라도 볼라치면 영 집중이 잘 안 되는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니 김갑수 선생님의 ‘지구 위의 작업실’, <줄라이홀> 같은 공간은 얼마나 제 로망의 대상이었겠습니까. 책으로만 만났다가 지난 주 드디어 그 공간에 발을 들였습니다. 으리짱짱한 기기들, 저거 다 들어봤을까 싶은 LP, 많은, 서로 다른 ‘주전자(무식해서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가 아주 많은 공간입니다. 그러면서 많이 비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책 뒤표지에 나오는 것처럼 ‘숨어 있을 공간’, ‘나만을 위한 지구 위 단 하나의 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를 만한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있는 선생님 책을 읽어보면 사람들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애인을 데리고 야밤에 작업실을 찾아오는 친구, 작업실을 만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을 몰고 온 친구들이나, “(37평인데) 100평이래!” “이혼했다며?” 소문이 도는 주변 사람들, 전화기를 부여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통화하는 사람들. 이거 뭐 배신감이 들기도 합니다.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공간’이라더니……. 그런데 책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현실 세계에 속해 있으나 현실을 멀리멀리 떠나고 싶은 사람의 생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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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외가에 가면 외삼촌이 대학시절부터 봤던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나이는 냄새로 온다던데 눅눅한 냄새가 나는 책 한 권에 외삼촌이 적어둔 메모가 보였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모든 이들,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 자유롭고 싶다. 아, 그러나 모든 이들과 관계하고 싶다.’ 아마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다만 짐작할 뿐입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현실세계에 속해 있으나, 책과 노트북과 그림에 몰두하는 순간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갑수 선생님도 한없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 덕분에 더 많은 관계들을 맺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광경들을 보고서 트렌드에 뒤지지 말자, 가끔 카페에서 책을 읽어보니, 적당한 소음이 상당히 편안합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나는 그 찌-잉 하는 전자음 같은 소리가 아니라 사람 소리가 들리니 참 좋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운전하고 다닐 때, CD보다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입니다. 사람 말소리가 나니까요. 그러면서도 혼자 하는 드라이브를 가끔 즐기니 벗어나고도 싶고, 파고들고도 싶고,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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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학교양팀 이정규

2009/08/14 13:21 2009/08/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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