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른숲 마케팅팀 모계영 차장 :: 2009/08/13 14:15

그럼, 지금부터 모계영 차장님 매력에 빠져봅시다!

우선, 차장님이 맡으신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가 맡은 역할은 책이 나오기 전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서 어떤 적재적소에 책을 배치할지 또 어떻게 해야 많은 독자들이 우리 책을 볼 수 있도록 할지 그런 방법론 적인 것들을 결정해요. 출판마케팅은 수금도 잘해야 되고,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들어내야 해요. 우리 회사 책을 최고로 알고 많이 유통시켜 독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거래처를 관리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독자에게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소개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해내고 발굴해 가야해요. 출판 시장 수요를 분석해서 앞으로 어떤 흐름이 예상될지 판단도 해야 하고요. 참 할 일이 많죠? 편집부랑 논의해서 편집부가 출판 시장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늦지 않게 대처하도록 하는 게 제 본연의 임무죠.
이 일을 하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분명히 작품성이 있어서 회사에서도 오케이를 했어요. 독서지도사, 온라인 서점 반응도 다 좋은 거에요. 그래서 시장에서 발에 땀띠 나도록 잔뜩 밀었는데, 정작 독자들이 냉정한 거에요. 그때 정말 환장하고 힘들죠. 제가 팀장이긴 하지만 회사에서 결정을 내려줘서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터에 나갔어요. 그런데 아무 소득 없이 패잔병으로 돌아올 때 그 쓸쓸함과 그 기억들은 한 곳에 아련히 남아있어요. 그럴 때마다 기운이 많이 빠지죠. 하지만 그건 그때뿐이에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스스로가 패배주의자라는 기분에 젖어 드는 거에요.
그런데 ‘이제 안 되는 건가’라고 판단하고 있을 때 판매가 조금씩 올라오더라고요. 나중에 그 책이 어디선가 읽혀진다는 걸 듣게 되요. 아, 내가 했던 노력이 다행히 헛되지 않았구나 라고 안심하게 되죠. 그때 보람이 많이 느끼고요.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훨씬 많다’는 말이 있잖아요. 근데 가끔씩 그 책이 사람을 만들기는커녕 나라는 사람을 죽이는 거 같은 기분도 들긴 해요. (웃음) 그래도 공들인 책은 다 살아남더라고요. 지금 당장은 결과가 미비해도 최선을 다하고 느긋하게 지켜보는 자세로 일하고 있어요.
그럼. 차장님의 생활 신조가 긍정의 힘인가요?
그렇죠. ‘늘 잘 될 거야’라는 주문을 스스로한테 걸어요.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게, 내 마음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내가 마케터고 영업자인데 어떻게 일을 하겠어요? 아버지가 아버지로서의 자신감을 잃으면 가족이 다 힘들잖아요. 그것처럼 마케터가 자신감을 잃으면 편집부도 힘들고 사람들이 다 힘들어 하잖아요. 나는 내가 책을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사람이니까 항상 긍정적이여야 하고 힘들어도 웃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주류회사에서 일하시다가 출판 마케팅 쪽으로 이직을 하셨을 때 처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고생이라기보다 내가 고생하기로 작정을 했고 즐겼다고 보면 되요. 근데 남들보다 유별하게 했죠. 제가 주류회사에 5년 동안 근무하다가 나이 서른 살에 이쪽으로 이직을 했어요. 술과 책은 전혀 상극이잖아요. 삶을 여유롭게 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요(웃음) 그 출판사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팀장으로 앉혀줬어요. 그 회사도 참 대단하죠. 마케팅팀장이면 가장 기본이 책을 아는 건데, 뭐가 뭔지 알아야 밖에 나가서 할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나를 최대한 빨리 단련시키자 해서 작정을 하고 책을 읽었죠.
일단 그 회사 책부터 다 읽는 게 목표였어요. 한 100여 종 됐던가. 회사가 강남에 있었는데 10시가 되면 경비아저씨가 밖에서 문을 잠갔어요.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밖에서 셔터를 내리는 바람에 처음에는 무지 난감했어요. 근데 그게 나한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 흔들렸을 텐데 아예 문을 잠가주니깐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그때 책 읽는 습관을 많이 들었죠. 새벽 3시까지 책을 보다가 소파에 누워서 잠을 자기 일쑤였어요. 그 경비아저씨가 고마워요. (웃음).
100여 종의 책은 다 읽으셨나요?
그 출판사의 책은 거의 다 읽었고요. 제가 그 회사를 10월에 들어갔는데, 그 다음해 봄쯤 되니깐 많이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저에게 충격적인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나랑 나이도 같은 여자 편집팀장이었어요. 귀엽고 깜찍한데 성질머리가 더러웠죠. 얼마나 저를 갈구던지요. 무식하다는 둥 이렇게 해서 책을 팔겠냐는 둥 잔소리가 심했어요. 그 친구가 나에게 할 줄 아는 게 뭐냐면서 직원들 앞에서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어요. 하지만 아파도 아프지 않는 비수라고 해야 할까요? 저에게 변해야겠다는 마음을 심어줬지요.
우선 그 친구에게 6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내가 당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로 변화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죠. 그때 사나이가 흘려서는 안 될 눈물도 흘려봤어요. 그것도 그 친구 앞에서요. 그 친구 말에 너무 서럽고 자존심이 상해서 눈물이 갑자기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근데 자존심 땜에 우는 게 아니라 내가 그거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서글프게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문 걸어 잠그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 친구랑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요. 지금 저를 이렇게 만든 친구고, 그 친구의 비수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올라왔을까 싶어요.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그래요.
그 전 직장이 주류회사였으니 술을 많이 드셨겠네요.
당연하죠. 원 없이 술을 먹었어요. 지금 우리가 보고 만지는 게 책인 것처럼 그 회사는 술을 마시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때 사람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냉면그릇을 원샷 하는데, 그게 소주로 두 병 반이 되거든요. 마시고 난 뒤에 자기 머리에 뒤집어써야 해요. 그럼 결국에는 다 먹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처음엔 견디기 힘들더니 나중엔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고요. (웃음) 평생 먹어야 할 술은 거기서 다 먹었어요. (웃음)

요즘은 얼마나 드세요?
요즘은 많이 줄었어요. 처음에 제가 회사에 와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려고 하다 보니깐 먼저 동료들에게 술을 권했어요. 그러더니 점점 제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더라고요. 내가 이미지 관리를 잘못한 거 같아요.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분위기를 좀 띄우려고 술 한 잔 하자고 입에 달고 살았더니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져 버린 거 같아요. 먹자고하는 횟수만큼 응답의 횟수가 적으니 저도 이제 포기해요. (웃음)
딱 하루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자는 거 빼고요.
집사람하고 하루 동안 여행을 가고 싶어요. 단 애들 빼고요. 집사람하고 결혼하고 나서 둘이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영화를 보러 간 적도 한 번도 없어요. 늘 집사람이 저에게 해주는 것들은 많은데, 제가 그만큼 못해줬거든요. 근데 그 마음이 항상 마음뿐 이라는 거. (웃음) 발이 따라가고 손이 따라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이번 휴가 때 하루는 애를 맡기고 둘이서 꼭 시간을 가질까 해요.
내 인생의 한권의 책을 꼽는다면요?
동녘에서 나온 《철학에세이》요. 나온 지는 꽤 오래됐어요. 철학이란 저 너머 허공에 있는 학문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어 가는 데 필요한 도구라고 설명하는 책이에요. 에세이형식으로 쉽게 풀어 놓아서 재밌게 읽었어요. 철학하면 고민스럽고 따분하게 느껴지는데 그 책만큼 재밌는 책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나온 얇은 책을 읽었는데, 요즘에 보니까 아주 두껍게 개정판이 나왔더라구요. 미리 읽은 저는 다행이예요.(웃음) 이번에 푸른숲에서 나올 개정판《포플러의 가을》과 《인권을 외치다》도 내용이 괜찮은 거 같아요.

정말 수고하고 있고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늘 잔소리가 많고, 성격이 급해서 좀 따라가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어렵고 힘든데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같이 가주어서 팀원들에게 고마워요. 푸른숲 왕국을 건설하는 게 우리 팀 목표에요.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고 어떤 외풍도 막아내는 그런 왕국을 만드는 거예요.
"조금 더 힘내자. 늘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