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지] 저자 인터뷰 :: 2010/01/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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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의 저자 임혜지씨의 가족


-아무래도 한국 부모들과 다른 것이 자녀들과 수평적인 선상에서 이야기를 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경우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고집하는 부분이 없으신지요? 혹은 자녀 교육에 있어 늘 지켜왔던 원칙들이 있다면?

-저희 가정은 독일의 보통 가정보다 좀 더 수평적인 편이어요. 아이들이지만 고유의 인격을 지켜주는 게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나 남편이 남에게서 간섭 받는 거 싫어하기 때문에 남의 자유도 지켜주려고 노력했지요. 간난아기들도 타고난 성품과 자질이 있다는 게 보이잖아요? 저는 제가 데리고 키우는 동안에 이 고유한 성품과 자질을 망가뜨리지 않고 고이 보전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행여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맘에 들도록, 또는 세상의 입맛에 맞도록 아이들을 변형시킬까봐 주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고민과 갈등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최소한 부모로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있잖아요? 건강 관리라든가 돈 쓰는 법이라던가 등등. 특히 저는 아이들이 부모를 너무 믿고 의지해서 나약한 인간으로 자라날까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어느 선까지 가르쳐야 하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편과 제가 성격적으로 아주 다른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둘이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토론을 하면서 문제를 파악하다보면 아이들에게 가는 부모의 횡포를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의 기준을 설명해주신다면? 또 물질적인 풍요에 대한 동경은 없으셨는지? 자녀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저의 행복의 기준이요? 자긍심이어요. 남이 뭐래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것.

물질적인 풍요에 대한 별로 동경은 없었고 아직도 없어요. 가끔 하늘이 보이는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막연한 상상일 뿐이지 그다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누가 1000유로 주면서 그 돈을 하루만에 개인적인 쇼핑으로 다 쓰라 그러면 정말 고문일 것 같다구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걸 어따가 다 쓴대요?

아들은 아마 저희랑 비슷할 것 같아요. 딸은 돈 좋아하지요. 뭐 살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거든요. 하지만 용돈을 알뜰하게 잘 쓰는 것 같아요. 물건 사는 것 보면 신중하기도 하고, 저보다 물건도 잘 고르구요.

남편는 가장이라 그런지 경제에 대한 책임감이 큽니다. 남편은 저희 노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합니다. 자기가 먼저 죽으면 제가 외국인으로 혼자 늙으면서 돈도 없이 얼마나 고생을 할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참 사랑스럽지요?) 저는 걱정 안 합니다. 걱정한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걱정 되면 나가서 땅이라도 파야지 가만 앉아서 걱정은 왜 하는지? 어떡하면 남편의 이 씰데 없는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 궁리를 하는 중입니다.


-때론 자녀들이 선생님 부부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경우도 없지 않을 텐데? 예를 든다면?

-때로가 아니라 그런 일이 자주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저희 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입니다. 성격도 더 좋고, 재능도 더 많은 친구들이지요. 토론하다 보면 저희보다 너그럽고 성숙한 면을 종종 발견하곤 하지요. 아들은 생각과 행동이 아주 단순하고도 반듯한 면에서 저의 존경을 사고, 딸은 사려 깊고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서 좋습니다.


-남편분과 부부로서 공통점과 완전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면?

-저희 부부는 성격이 참 달라요. 결혼관도 아주 다릅니다. 저는 사랑이 식으면 이혼하는 게 관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할 만큼 사랑에 기대는 사람이고, 남편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일단 가정을 이뤘으면 사랑이고 나발이고 그냥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요. 자연이나 사물을 보는 눈도 아주 달라요. 저는 달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남편은 옆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김 새게 만들고.

저희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라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둘이 토론해서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면 솔직하게 수긍하지요. 이런 자세만 있으면 어떤 다름도 평화롭게 극복할 수 있지요. 각자 엄청 고집하는 분야가 있지만 각자 자기에게 중요한 것만 고집하기 때문에 다른 데서는 양보해도 별로 가슴이 쓰리지 않습니다.
 
또 저희가 아주 다른 점 때문에 이익도 많아요. 우리 둘의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어디 혼자 가서 뭐 보면 허전합니다. 반쪽만 본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제가 한글로 글을 써도 남편에게 설명해서 논리의 검증을 받아요. 제 눈에는 완벽해도 사고방식이 다른 남편의 눈에 헛점이 보일 수 있거든요.


-책을 통해 느껴지는 것이 남편 분이 오히려 더 한국 남자와 같은 성향(적어도 자식들에게 있어서) 이 있으신 듯한데? 딸아이가 여자로서 성장해 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든지, 이성교제에 대한 걱정, 아들에 대한 걱정, 아이들의 공부를 자청해서 돕는 것과 같은 것을 보며 느끼는 남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신다면?

-딸에 대해서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더 보수적인 것은 만국공통의 이치가 아닐까요? 저희는 육아를 함께 했기 때문에 남편에게서 전형적인 어머니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고 제게서 전형적인 아버지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남편은 자라면서 부모님의 간섭과 돌봄을 저보다는 좀 더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저랑 다르게 하는 게 참 좋아요. 그래야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도 잡히고, 아이들도 부모 생각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걸 배울 수 있을 것이고요.


-독일의 부모 자식 간의 유대감과 한국식 부모 자식 간 유대감을 비교해보면 어떤지요?

- 저희는 부모 자식 간에 그냥 친구 같이 느껴요. 그래서 저희 집에선 부모가 야단친다, 아이들이 야단 맞는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죠. 의견이 다르면 그냥 싸울 뿐이죠.

독일에는 부모 자식 간에 서로 이름을 부르는 가정도 있습니다. 저희는 뭐 딱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 제 아빠 이름을 부르더라구요. 아마 저와 남편이 서로 이름을 부르니까 그런 것 같은데, 남편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시댁 어른들이 아이에게 '아빠'라고 고쳐주니까 그러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버럭! 그런데 어느날 부터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누구나 다 '아무개'라고 부르지만 자기만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암튼 어려서 우리 아들은 아빠를 참 좋아했지요.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봤습니다. 독일 나름의 환경적 상황 탓인 경우도 있지만 한국 역시 그러한 성교육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부모들에게 조언해주실 성교율 노하우가 있다면?

-성교육의 첫째 목적은 동서를 막론하고 만연해 있는 성추행, 성폭행으로부터 유년기 자녀들을 보호하는 데에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기 때부터 의견을 존중해주고 '네게 있어선 너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너의 기분과 감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너를 믿어라'라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둘째 목적은 미혼 자녀들의 세이프 섹스(안전 섹스)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성병과 임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쿨한 행동이란 걸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교육을 순결교육과 혼동하여 무조건 막거나 죄의식을 주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성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은 나중에 안정적인 부부생활의 기반이 됩니다.

출처 : 임혜지 작가 블로그 빨간 치마네집 http://www.hanamana.de/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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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늘 서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언제 가장 행복하지?”


독일 뮌헨에 사는 고건축 전문가이자 독일 남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키워온 50대 엄마 임혜지가 들려주는 '개념 있는' 가족 이야기.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타인에 대해서는 자유와 존중을 우선시하는 삶을 살기로 한 이들 부부는 세끼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직업적인 성공을 일부 포기하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했으며, 환경보호를 위해 난방과 온수, 자동차와 고등어를 포기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공부든 놀이든 연애든 아이들이 원할 때 자기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뭔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스스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누구보다 높은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소신껏, 덜 가져도 초라하지 않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그것을 구현해가는 단위로서 '나의 가족'을 새롭게 보는 기회를 줄 것이다.  


2010/01/18 17:39 2010/01/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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