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은 좋은 대화로 끝이 난다.
- 드라마 <알래스카의 빛> 중
그러나 이렇게 각자의 고민과 일거리에 빠져 살아가야만 하는 외로운 사람들에게도 가끔은 같은 시간과 같은 행위를 공유하며 마음을 나눌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 기회 중 하나가 '함께 식사를 하는 것' 이지요. 미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임스 비어드 (James Beard)는 '음식은 우리의 공통점이자 보편적 경험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말처럼 음식을 먹는 것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하는 행위이고, 좋은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것 역시 우리 모두가 겪어본 바 있는 즐거운 경험이지요.
남편을 여읜 이듬해에 그녀는 영혼이 다 쓸려나가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어디에 가도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사방에서 꽉 붙들어줄 벽들이 필요했다. 어떤 아파트도 너무 크고 휑했다. 결국 그녀는 한 척의 배(舟)로 이사했다.처음에는 그와 함께 살던 집을 팔았다.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친구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지지해주었다. 그런 다음 살림을 줄여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얼마 안 가 너무 넓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작은 곳으로 옮겼고, 그러기 위해 짐을 좀 더 줄였다. 매번 그렇게 줄여나갈 때마다 슬픔도 한결 줄어드는 성싶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식으로 길을 치워놓으면 자기 영혼의 일부나마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도 은연중에 있었다. 앎이 아니라 질긴 본능에서 솟아나는 기대였다.
- <칸지의 부엌> 중
남편이 중국에서 일할 때 만났다는 여자는 남편의 딸을 낳았다며 친자확인 소송을 걸어 옵니다. 중국 현행법 상 그녀의 아이가 정말로 남편의 아이라면 그 아이는 남편의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매기는 생전 보도듣도 못한 아이와 그 가족에게 재산의 일부를 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겁니다. 이 황당한 상황에 매기는 중국행을 결심하고, 일하던 잡지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죠.
이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잡지사 편집장은 그녀에게 중국에 가는 김에 중국에 있는 한 요리사를 취재해 달라는 일거리를 제안합니다. 어차피 중국으로 떠날 상황, 매기는 회사 일과 개인적인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마음 먹고 제안을 받아들이지요. 그런데 이 결정이 그녀의 삶의 전환점이 됩니다!
중국에 도착한 매기는 취재를 하기 위해 요리사 샘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우울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자금을 지원받아 개인 레스토랑을 개업할 꿈에 부풀어 있던 그는 투자자가 계획을 취소하는 바람에 꿈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얼마 후에 치뤄질 '요리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매기는 원래 계획되어 있던 레스토랑 취재 대신 샘의 요리 올림픽 출전 과정을 취재하기로 하지요.
샘은 요리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중국 황실의 숙수였던 할아버지의 옛 동료를 찾아가 황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가 요리를 시작한 이유는 중국에 불어닥친 문화 대혁명 때문에 미국으로 도망쳐 할아버지의 대를 잇지 못하고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었던 아버지의 한 때문이었어요.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샘은 요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한편, 취재와는 별개로 남편의 딸이라는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위해 아이의 조부모를 설득하려 하는 매기. 샘은 그런 매기를 돕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고...
“당신은, 뭔가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가져볼 엄두를 못 낸 적이 있나요?”“사랑 같은 거요. 사랑에 빠지는 거.” 그녀는 불쑥 말해놓고는, 괜한 말을 했다 싶었다.“그렇지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너무나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만일 실패할 경우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물러서는 거예요.” 그는 파를 씻어 동글동글하게 썰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지요.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놓치고 말리라고.”
- <칸지의 부엌> 중
죽은 남편의 친자라 주장하는 아이는 과연 정말로 매기 남편의 친 자식이었을까요?
요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하는 샘은 요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요리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고 그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칸지의 부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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