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려 있던 이 소설, 기억하시나요? 무려 1967년에 발표되었던 오영수 님의 소설, <요람기>는 아주 오랫동안 교과서에 수록되어 수많은 학생들에게 우리 소설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지요.기차도 전기도 없었다. 라디오도 영화도 몰랐다. 그래도 소년은 마을 아이들과 함께 마냥 즐겁기만 했다.봄이면 뻐꾸기 울음과 함께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고, 가을이면 단풍과 감이 풍성하게 익는, 물 맑고 바람 시원한 산간 마을이었다...
<요람기> 중
저 역시 학창시절 친구들 중 몇몇 녀석의 얼굴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졸업을 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이 소설 속 풍경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콩을 빼앗아 먹으려 '범버꾸 범버꾸'하며 먹어야 한다고 공갈을 치던 춘돌이의 모습, 연 싸움에서 이기려 당사에 아교를 먹여 유리가루를 묻히는 모습 등... 토속적이고 아기자기하던 예전 우리네 농촌의 생활상이 잘 담겨 있었던 명작이었죠.
...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일 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하려오?"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은전 한 닢> 중
피천득 님의 <은전 한 닢> 역시 교과서 수록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지요.
짧고도 강렬하게 읽는 이로 하여금 뭔가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수필의 백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워낙 인지도가 높고 구성이 간결한 덕분에 수많은 네티즌들의 손에 의해 패러디되기도 했지요.
"이것은 훔친것이 아닙니다, 떨이로 구한 것도 아닙니다.누가 저같은 놈에게 정품CD를 주겠습니까? 주얼 하나 받아본적도 없습니다.굽다가 뻑난 CD하나 줍는것도 백에 한번이 쉽지 않습니다.저는 하나 하나 얻은 복사CD들을 팔아 알CD 하나를 구했습니다.이렇게 구한 알CD로 교환을 해서 B급 중고로 바꾸었습니다.이러기를 여섯번 하여 겨우 이 귀한 밀봉 정품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이 밀봉을 구하느라 장터란에서 석달을 죽치고 있었습니다."
그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정품을 구했단 말이오? 그 CD로 무엇을 하려오?"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그저, 이 정품 하나를 질러보고 싶었습니다."
<은전 한 닢> 패러디, <밀봉 한 장> 중
그 밖에도 윤오영 님의 <방망이 깎던 노인>,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정병욱 님의 <잊지 못할 윤동주> 등도 수험생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명문(名文)들입니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이 변하기 전 몇 년의 기간을 두고 글자 하나, 줄 간격, 사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편집을 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특히 국어 교과서는 국가가 직접 주관하여 만드는 국정교과서(국어, 국사, 도덕) 중 하나이니만큼 그 안에 수록될 작품들을 선정하는 기준 역시 엄격할 수밖에 없지요.
비록 7차 교육과정 이후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검정도서로 전환되어 모든 학생들이 한 가지 국어책으로 공부하는 일은 없게 되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는 아직도 대부분이 국정도서입니다.
그런데, 푸른숲의 책들도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4학년, 6학년 과정에 수록된 푸른숲의 책은 총 3권입니다.
바로, 한비야 님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와 이어령 선생님의 <생각학교> 시리즈 중 <생각 깨우기>와 <너 정말 우리말 아니?> 랍니다.
이렇게 푸른숲의 글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읽어볼 국어 교과서에 실린 것은 환영할만할 일인데요. 한비야 님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서는 인도 여행을 하며 만난 뉴질랜드 가족을 보며 우리와는 사뭇 다른 그들의 여행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고 여행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 발췌되어 실려 있었고요, 이어령 님의 <너 정말 우리말 아니>에서는 '시치미 떼다'는 표현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 깨우기>는 단어 속에 숨어있는 고정관념을 경계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자는 내용의 글이 각각 선정되어 실려 있었어요.
여행이라는 특별한 경험 속에서 얻은 생각과, 우리말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파헤쳐 깨달은 생각이 담긴 글. 아마도 교과서에 수록되는 글로 선정된 이유는 이러한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생각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움이 끝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수없이 펼쳐 보았던 교과서들도 지금은 집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교과서 속 좋은 글들은 가슴 속에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처럼 - 지금 우리 아이들이 펼쳐드는 교과서 속 푸른숲의 글들 역시 아이들 가슴 속에 좋은 가르침으로 오랫동안 남아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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