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도 전기도 없었다. 라디오도 영화도 몰랐다. 그래도 소년은 마을 아이들과 함께 마냥 즐겁기만 했다.
봄이면 뻐꾸기 울음과 함께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고, 가을이면 단풍과 감이 풍성하게 익는, 물 맑고 바람 시원한 산간 마을이었다...

<요람기> 중
교과서에 실려 있던 이 소설, 기억하시나요? 무려 1967년에 발표되었던 오영수 님의 소설, <요람기>는 아주 오랫동안 교과서에 수록되어 수많은 학생들에게 우리 소설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지요.
저 역시 학창시절 친구들 중 몇몇 녀석의 얼굴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졸업을 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이 소설 속 풍경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콩을 빼앗아 먹으려 '범버꾸 범버꾸'하며 먹어야 한다고 공갈을 치던 춘돌이의 모습, 연 싸움에서 이기려 당사에 아교를 먹여 유리가루를 묻히는 모습 등... 토속적이고 아기자기하던 예전 우리네 농촌의 생활상이 잘 담겨 있었던 명작이었죠.

 



...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은전 한 닢> 중 
 
피천득 님의 <은전 한 닢> 역시 교과서 수록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지요.
짧고도 강렬하게 읽는 이로 하여금 뭔가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수필의 백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워낙 인지도가 높고 구성이 간결한 덕분에 수많은 네티즌들의 손에 의해 패러디되기도 했지요.

"이것은 훔친것이 아닙니다, 떨이로 구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같은 놈에게 정품CD를 주겠습니까? 주얼 하나 받아본적도 없습니다. 
굽다가 뻑난 CD하나 줍는것도 백에 한번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 하나 얻은 복사CD들을 팔아 알CD 하나를 구했습니다. 
이렇게 구한 알CD로 교환을 해서 B급 중고로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번 하여 겨우 이 귀한 밀봉 정품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 밀봉을 구하느라 장터란에서 석달을 죽치고 있었습니다." 

그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정품을 구했단 말이오? 그 CD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그저, 이 정품 하나를 질러보고 싶었습니다."

<은전 한 닢> 패러디, <밀봉 한 장> 중 


그 밖에도 윤오영 님의 <방망이 깎던 노인>,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정병욱 님의 <잊지 못할 윤동주> 등도 수험생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명문(名文)들입니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이 변하기 전 몇 년의 기간을 두고 글자 하나, 줄 간격, 사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편집을 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특히 국어 교과서는 국가가 직접 주관하여 만드는 국정교과서(국어, 국사, 도덕) 중 하나이니만큼 그 안에 수록될 작품들을 선정하는 기준 역시 엄격할 수밖에 없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들>

비록 7차 교육과정 이후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검정도서로 전환되어 모든 학생들이 한 가지 국어책으로 공부하는 일은 없게 되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는 아직도 대부분이 국정도서입니다. 
그런데, 푸른숲의 책들도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4학년, 6학년 과정에 수록된 푸른숲의 책은 총 3권입니다.
바로, 한비야 님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와 이어령 선생님의 <생각학교> 시리즈 중 <생각 깨우기>와 <너 정말 우리말 아니?> 랍니다.

<초등학교 국어 읽기 4-1 과정에 수록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같은 교과서에 수록된 '너 정말 우리말 아니'의 글>


이렇게 푸른숲의 글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읽어볼 국어 교과서에 실린 것은 환영할만할 일인데요. 한비야 님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서는 인도 여행을 하며 만난 뉴질랜드 가족을 보며 우리와는 사뭇 다른 그들의 여행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고 여행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 발췌되어 실려 있었고요, 이어령 님의 <너 정말 우리말 아니>에서는 '시치미 떼다'는 표현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 깨우기>는 단어 속에 숨어있는 고정관념을 경계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자는 내용의 글이 각각 선정되어 실려 있었어요.
여행이라는 특별한 경험 속에서 얻은 생각과, 우리말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파헤쳐 깨달은 생각이 담긴 글. 아마도 교과서에 수록되는 글로 선정된 이유는 이러한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생각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움이 끝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수없이 펼쳐 보았던 교과서들도 지금은 집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교과서 속 좋은 글들은 가슴 속에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처럼 - 지금 우리 아이들이 펼쳐드는 교과서 속 푸른숲의 글들 역시 아이들 가슴 속에 좋은 가르침으로 오랫동안 남아있길 바랍니다.



바람의딸우리땅에서다
카테고리 여행/기행 > 국내여행
지은이 한비야 (푸른숲,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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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깨우기
카테고리 어린이 > 초등1~6학년공통
지은이 이어령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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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정말우리말아니
카테고리 어린이 > 초등1~6학년공통
지은이 이어령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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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숲 정원사
"슬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말이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가슴 속에 슬픔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지금 '난 그렇지 않아. 너무 행복해서 슬픔을 느낄 겨를이 없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삶에 있어서 언제나 행복만이 가득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곁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민감해지고, 언젠가 찾아올 슬픔 때문에 '위로'라는 말에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도요.



"결코 행복해지지 못할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미국의 젊은 소설가, 타오 린(Tao Lin)은 그의 소설집 <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 
원제 : 침대(Bed)> 속 9개의 단편 안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너무도 불완전하기에, 그리고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한없이 무기력하고 고독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다른 이들과의 완전한 소통을 원하지만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고 사랑받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죠. 그렇기에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거고요.




 그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무작정 사랑하려 노력했다. 눈앞에 있는 건 무엇이건 간에 무조건 사랑하려 애썼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사랑은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사랑이란 것은 결국, 무게를 달아 다발로 파는 게 아니었다. 사랑은 흐릿한 차이나타운의 조명 아래에서 시들어가는 아스파라거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개럿은 알고 있었다. 사랑이 동물이라면, 아마도 네스 호의 괴물 같은 것이리라는 것을. 만일 그런게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괴물의 모형을 만들어 물속에 집어넣고 사진을 찍어댔다. 그런 속임수만으로도 충분했다.

- 단편 '사랑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으로 사고파는 것' 중

그의 작품 속에는 타인과의 소통을 이루어낼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과 거짓으로 소통하는 척 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자신이 행복하다고 되뇌이며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들, 자기 스스로를 이미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 등 외롭고 쓸쓸한 이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농도 높은 카카오 덩어리를 씹은 것처럼 씁쓸하고 처연한 이들의 일상 속에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운운하는 '행복'이나 '사랑'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기묘하고 나른한 엷은 안개 속에 있다고. 엷은 안개 속에서는 그 어떤 일도 완전히, 정말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거기서는 무엇이든지 거리를 둔 채, 홀로 바리케이드 뒤에서 세상을 동경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갈망할 수 있을 뿐이었다. 사랑이든 삶이든,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든 이제 더 이상 그 정수를 진정으로 경험할 수 없었고, 직접적으로 생각하거나 느낄 수 없었다.

- 단편 '아홉, 열' 중 

하지만 그 쓴 맛에 괴로워하며 간신히 삼킨 카카오 덩어리를 나중에 다시 찾게 되는 것처럼, 그의 작품들은 다 읽고 나서 다시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보여주는 소설 속 씁쓸한 환상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과 지극히 닮아 있기 때문일 거예요.
'오늘과 다를 게 없는 내일'을 보내며 매일 열네 시간씩 혼자 침대에 틀어박혀 책과 음악에 빠져 사는 직장인.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 번도 식당에 가본 적 없는 젊은이.
외도한 남편을 용서한 듯 싶었지만 10년이 지난 어느 밤, 크루즈 갑판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며 행복하다 되뇌는 아내.
자신을 수줍음 많고 우울한 성격으로 태어나게 한 아빠를 원망하는 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나 자신 혹은 내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얼굴과 닮아 있습니다. 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그들의 씁쓸한 일상 속에서 오히려 위로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내가 그들처럼 불행하지 않아서 다행이야'같은 비교우위에서 오는 위로가 아닙니다. 나의 삶이 그들의 삶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가 외롭게 태어나는' 근원적인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데에서 오는 '공감'으로 인한 위로지요.



 "내 몸무게가 지금보다 15킬로그램 정도 늘어도, 그래도 나랑 같이 있을 거야?" 크리스티가 침대 속에서 물었다. 사랑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 아니면 절대로 하지 않거나. 개럿은 그렇게 믿었다.

 - 단편 '사랑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으로 사고파는 것' 중

이 책의 원제 '침대'는 혼자가 익숙한, 외로운 사람들이 나약한 자신을 잠시 은폐할 수 있는 은신처이자 휴식처가 되는 곳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작은 자신만의 방, 작은 침대 위에 홀로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외롭다'고 중얼거릴 수 있는 곳. 이 책의 미덕은 읽는 이에게 '침대 밖에서 나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을 변화시켜'라고 강요하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작가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을 인정하고 그 외로움으로 인한 '궁상'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서 아이러니한 위로를 건네오지요.



 그렇긴 해도, 그녀는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내버리는 손톱깎이처럼, 인생을 쓰레기 더미에 아무렇게나 내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생은 우연히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

 - 단편 '사스콰치' 중 

때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가만히 공감해주는 것이 더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지요. <
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는 공감을 통한 위로를 담고 있는 책으로 읽힙니다.
이 책은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마냥 인생을 즐거운 것으로만 묘사하는 인생찬가를 담고 있지도 않고, '모든 것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해'와 같은 설교도 없으며, '나는 이렇게 불행해. 그러니 너는 행복해져'라며 위악을 부리는 성격 나쁜 책도 아닙니다. 그저 '내 인생은 이런 거고, 나도 그걸 잘 알고 있어'라며 무기력하게 자신의 일상을 들춰 보이는 수동적인 사람들만 가득할 뿐이지요. 하지만 이 무기력함이 위로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던져주는 일상 속에 몸을 담궈보고 나서야 '쓸쓸함조차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위로를 건넨다는 이 책의 광고문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 '외로움'이란 슬픔.
나는 행복하다고, 나는 강하다고, 그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되뇌이는 것에 지쳤다면, 이 책이 건네는 능청스런 위로를 받아 보는 건 어떨까요.

 
Posted by 푸른숲 정원사

<달 표면에 선 닐 암스트롱>

인간이 낭떠러지 밖에 없을 거라 여기던 서쪽 바다로 처음으로 배를 띄워 대규모 모험을 하기 시작한 소위 '대항해시대'가 시작된지 어느덧 500년이 지나 21세기에 들어선지도 어언 12년이 지나버린 지금, 아직 정복되지 않은 영역으로 '심해'와 '우주'가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인간이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새로 밝혀낼만한 미지의 영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지구는 푸르렀다"라는 말을 남긴 후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 시작되었고, 1969년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마침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수확을 남기게 되었죠. (이 달표면 착륙이 조작되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소련이 붕괴되어 냉전 시대가 끝나고 경쟁 상대를 잃어버린 미국 내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드는 우주 개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었고, 한때 미국 전체 예산의 4%라는 어마어마한 자금 지원을 받던 NASA(미 항공우주국)에 대한 지원은 뚝 끊기게 되었습니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추구와 그를 선도하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속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모든 사람을 설레게 했던 우주 여행마저 돈을 지불하면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드문 케이스지만요.)


<우주 여행 중인 게임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


인류가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례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최초 남극점 도달을 목표로 하고 경쟁했던 아문센과 스콧의 이야기일 겁니다. 1910년에 시작된 이 경쟁은 1911년 말에 아문센이 먼저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함으로써 끝이 나지요. 아문센이 남극점을 떠난지 1달 후에야 뒤늦게 남극점에 도착한 스콧 탐험대는 아문센이 남긴 노르웨이 국기와 편지를 씁쓸하게 바라보아야만 했고 결국 귀환길에 추위와 식량부족에 시달리다 전멸했습니다.


<남극점 최초 도달을 목표로 하고 경쟁했던 아문센과 스콧>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알려진 에베레스트는 1953년 뉴질랜드의 등반가 에드먼트 힐러리와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에 의해 정복되었고, 그 다음 가는 높은 산이지만 등반가들로부터 '가장 등정하기 어려운 산'이라는 평을 받는 K2 역시 1954년에 이탈리아의 등반가 아르디토 데시오에 의해 정복되지요.
그 이후 이 세계 최고봉을 향한 도전은 계속되었고, 등산로가 개척되고 등산 장비가 발전함에 따라 전문 등반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셰르파의 도움을 받아 등정하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급한 경사 때문에 등정하기 가장 힘들다고 여겨지는 K2>

이렇게 인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 혹독한 곳을 정복해 왔습니다. 깊은 바다 외엔 지구 상에 있어서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봐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우주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띄워올린 수십개의 위성은 쉴새없이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위성 지도는 지구 구석구석을 안방에서도 살필 수 있게 만들어 주었지요. 수평선을 바라보며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던 시대가 무색할 정도로 인류는 더 이상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도 도전도 가지기 어려운 시대를 살게 되었습니다.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상공을 날았던 샤를 교수>

이렇게 모험이 사라져버린 시대,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18세기 말,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고 날았던 이후 200년 동안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비행기에 비해 느리고 안전하지 못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운송 수단이 아닌 단순 스포츠 용도로 쓰이게 된 이 열기구에 몸을 맡긴 채 태평양을 건너려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죠. 그의 이름은 간다 미치오. 열기구 세계 최장거리 비행 기록과 최고 고도 비행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열정적인 열기구 탐험가였습니다.



2월 1일(금)
03시 00분, 고도 5,300미터,
시속 136킬로미터, 진행 방향 70,
북위 44.30, 서경 117.05

"비가 내리고 있다. 미국 영해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상승해 날 수 있는 만큼 가겠다."

이것이 마지막 보고였다. ... 모험가가 강한 결의를 표명할 때는 궁지에 몰렸을 때다. "날 수 있는 만큼 가겠다."고 내뱉은 간다는 이미 그때 자신에게 승산이 없단 사실을 깨달았던 것일까.

<최후의 모험가> 중 


2008년 1월 31일, 일본의 한 공립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구에 몸을 맡긴 채 상공으로 날아오른 간다 미치오. 그는 하루가 지난 2월 1일 위의 보고를 마지막으로 실종됩니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일본에서 미국으로 날아가려는 그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죠. 한 차례 실패를 겪은 도전이었기에 그는 더욱 필사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 열기구가 떠오른 고등학교에서 4,300km 떨어진 태평양 상공에서 마지막 교신을 남긴 그는 그의 열기구와 함께 사라졌고, 미국 경비대가 GPS 신호를 추적해 수색을 하였지만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지요. 50이 넘은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던 그는 이렇게 그가 열망했던 모험을 하던 중에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달려가다 실종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최후는 최초로 남극을 정복한 아문센의 그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아문센은 조난당한 동료 노빌레를 구하기 위해 손수 비행기를 몰고 북극으로 날아가다 실종되었죠.
간다 미치오는 모험에 나서기에 앞서 항상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그건 모험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출발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합니다.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 - 그것이 바로 모험이란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모험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풍선 달린 집을 타고 날아간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던 애니메이션 'UP'>

'모험'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설레게 하던 시절이 있었더랬죠.
그 시절, 항상 곁에 두던 동화책과 TV 속 만화영화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주인공들이 펼치는 모험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평소 뛰어 놀던 골목길을 벗어나는 것도, 친구와 새로운 놀이를 해보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들도 모두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모험이 되었었지요. 항상 멋지고 그만큼 당당했던 주인공들이 입버릇처럼 소리치던 '모험을 떠나자!'란 대사를 따라 외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았던 시절 - 그 시절이 지나버린 지금, 우리들의 '모험'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요.

'놀이'가 있던 자리를 '공부'와 '일'이 채워가고, '호기심'이 샘솟던 곳을 '책임'이란 묵직한 녀석이 막아버린 이후 모험은 더 이상 예전처럼 낭만적인 단어가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모험'이라는 단어를 되뇌어 보노라면 예전처럼 가슴 설레는 느낌보다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것만 같은 불안함과 죄책감이 먼저 찾아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더 이상 '모험'이라는 단어를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어버린 요즘.
모두가 갈망하는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열기구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향해 날아갔던 간다 미치오의 삶을 따라가 보노라면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일상도 한 가지 큰 모험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모험이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시대 - 당신이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해낼만한 당신만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최후의모험가모험이사라진시대최후의사나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이시카와 나오키 (푸른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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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숲 정원사



조선일보 - "덩샤오핑이 이끈 중국 현대사 30년"

1980년 1월 베이징 자금성 뒷거리에 자리 잡은 덩샤오핑 사저에 검은색 승용차들이 매일같이 들락거렸다. 저택 안 집무실에선 중국의 진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일흔다섯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어가기에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달 중국공산당 11기 5중전회에서 덩은 보수파의 견제를 물리치고 측근 자오쯔양과 후야오방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해 8월 26일 광둥성 선전이 첫 번째 공식 경제특구로 선포됐다. 한적한 어촌이었던 선전은 지금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기사 더보기

중앙일보

리베라시옹 등의 기자로 활동하며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인 저자가 1980년 이후 30년간 중국의 핵심 사건을 연대순으로 선별해 중국의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중국의 현재를 만든 여러 사건의 이면에서 벌어진 최고 수뇌부의 상황과 일반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했다. 기사 더보기

동아일보 -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 나라의 이렇게 큰 변화는 없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대대적인 변화를 겪은 적은 없다.’ 프랑스 언론인인 저자가 개혁 개방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1980∼2010년의 중국을 기록한 이유다. 가난하고 폐쇄적이었던 이 나라는 30여 년 만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고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기간에 저자는 주프랑스 대사관 언론보도담당관과 프랑스 여러 언론의 특파원 자격으로 중국의 성장을 지켜봤다. 기사 더보기

헤럴드경제 - "중국과 美ㆍ서구의 소통부재가 낳을 최악의 시나리오는?"

불과 30년 만에 글로벌 최강자가 된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미국과 서구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인정하면서도 정치개혁면에선 여전히 민주주의가 안 된 나라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거기엔 두려움과 오해가 얽혀 있다. 중국 의존적이 돼가고 있는 아세안권,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이는 뒤집어보면 중국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의 영광을 어느 정도 되찾기는 했으나 이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는 중국식 모델이라 불리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접목의 성패 여부로 직결된다. 기사 더보기

한국경제 - "정책 착오 줄인 지도부 카리스마…중국식 시장경제가 大國 일군다"

중국 남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부딪혔다. 이때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예측해 임금을 조금씩 올려주거나 노동 조건을 개선하도록 조심스럽게 압박했다. 광저우에서 사업을 하는 한 프랑스인은 이렇게 말했다. “지방정부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시끄러워지지 않게 일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노사분규가 일어나면 지방정부는 국내 기업,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권력은 결국 인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적극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기사 더보기

서울경제신문 - "中 성장 키워드는 중화 명성 회복·권력 안정"

경제 규모 세계 2위. 외환보유고 세계 1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세계 2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력은 경이롭고 압도적이다.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가진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난 30년간 지대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경제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고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포스트 덩샤오핑 시대, 홍콩 반환, 쓰촨성 대지진 등 정치·사회적으로도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정통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식 사회주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거둔 성적표라는 점에서 중국의 현재는 세계적으로도 분석거리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한편에서는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각종 갈등도 안고 있는 신흥국가이기도 하다. 기사 더보기

연합뉴스 - "중국이 깨어난 이상 세계질서는 뒤바뀔 것"

(1989년) 6월3일 수천 명의 군인들이 베이징 (순환도로) 얼환루까지 접근했다. 그다음에 그들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군복 차림으로 시내 중심까지 행군했다. (중략) 해가 저물자 베이징 서쪽에서 군용 트럭들이 다시 나타났다. 푸싱먼 사거리에서부터 경기관총이 등장했다. 깜짝 놀라 분노한 군중을 헤치고 군대는 베이징 중심부 톈안먼 광장으로 전진했다." "1994년에 프랑스 대사관이 위치한 동네에 베이징 최초의 서구식 바가 문을 열었다. 비슷한 바들이 금세 늘어났다. 1995년부터 술집과 식당 거리가 베이징 싼리툰에 조성됐다. 이 거리는 베이징의 밤 문화를 바꿔놓았다." 기사 더보기

대전일보 - "세계 호령하는 中 만든 주역들의 궤적을 따라서"  
 
경제규모 세계 2위, 외환보유고 세계 1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세계 2위. 경제를 넘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력은 경이롭고 압도적이다. 대륙을 뒤흔들고 다시 세계를 호령하게 된 중국이 어떻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 '중국을 읽다:세계와 대륙을 뒤흔든 핵심사건 170장면'은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성장과 함께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중국의 고속성장기 1980년부터 2010년까지의 핵심사건들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인 카롤린 퓌엘은 프랑스 언론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알베르 롱드로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에 '르푸앵', '리베라시옹'의 중국사무소를 만들고, 이후 30년간 대륙에 체류하면서 개혁의 여정을 고스란히 목도한 중국 전문가다. 기사 더보기

Posted by 푸른숲 정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