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도시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정한 지역'이라는 범주가 애매하기에 어떤 한 지역을 두고 도시냐 시골이냐 판가름하기엔 어폐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도시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곳이 뉴욕과 파리입니다.
파리는 나치 독일의 총통이었던 히틀러도 동경해 꼭 '정복'하고 싶어했던 유서깊은 도시였어요.
위 사진에서처럼 실제로 프랑스를 점령하고서 에펠탑 앞에 서서 '인증샷'을 남길 정도였지요.
게다가 나중에 연합군에게 밀려 파리를 포기해야 할 때가 되자 부하에게 파리를 불태우라고 지시하는 정신병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인류의 역사적 유물이 가득한 파리에 차마 불을 지를 수 없어 머뭇거리는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고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고 하죠.
한때는 화가 지망생이었던 그가 '불태워버리고 싶을만큼 사랑했던' 파리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예술과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지요.
뉴욕은 빅 애플(Big Apple), 잠들지 않는 도시(city that never sleeps)라는 별명을 지닌 미국의 도시입니다.
브로드웨이,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수많은 랜드마크와 함께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전해진 '뉴요커'로 대변되는 뉴욕 사람 특유의 생활 방식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고 한 번쯤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되었지요.
늦은 아침, 간편하지만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근처 식당에 가서 친구와 함께 브런치를 먹고,
마천루가 늘어선 거리를 커다란 명품 브랜드가 박힌 쇼핑백을 들고 걸어가는...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욕망'과 '소비'가 뉴요커의, 그리고 뉴욕의 전부인 것처럼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뉴욕 역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살아가는 '도시'고, 뉴요커 역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채워가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뉴요커들은 그들의 도시 '뉴욕'에 살기에 도시를 허상으로 채우지 않고 삶의 공간으로 대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뉴욕은 가장 완벽한 도시는 아닐지언정,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고 싶은 도시가 되는 거예요.
<우리 뉴욕이 달라졌어요>
<한 뉴요커의 고백>
"사람 많고 건물이 많이 모여 있다고 모두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숯과 다이아몬드가 성분은 같지만, 어느 것은 땔감이 되고 어느 것은 보석이 되는 것처럼. 도시는 환경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관계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관습이나 시골의 관계 방식과 다를 뿐 그보다 저열하다거나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도시란 스포츠카처럼 최첨단 기술로 이뤄낸 문명의 결정판인 동시에, 짬뽕 대신 자장면을 택한 것처럼 취향과 선택의 결과물인 것이다.
... 뉴요커들이 부러운 이유는 그들의 도시가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뉴욕, 그들의 도시에서 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는 '우리의 서울'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중에서
<굳이 찾아가서 걸어야만 하는 '걷고 싶은 길'>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으로 '공원이나 걷고 싶은 길과 같은 자연 공간'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사실, 서울은 뉴욕이나 런던 등 여타 대도시들에 비해 월등히 녹지 공간이 많은 도시거든요.
서울을 아름답고 질적으로도 풍요로우면서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취지는 좋지만, 자연적 쾌적함을 강조하면 할수록 각종 도시문제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 이건 서울이 도시라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 서울이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부조화라고 합니다.
"을지로 5가의 훈련원공원이 좋은 예다. 농협, 헌법재판소로 쓰이던 건물을 헐어내고 조성한 공원은 도심의 숨통을 틔울 것만 같았지만, 현재 공터에 화초나 나무가 심어져 있을 뿐 썰렁하게 방치돼 있다. 오히려 개발 전, 거리와 건물이 불러들인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소통이 아닌 도심 공동화 구역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백 개의 상점은 수시로 사람들을 이끌고 걷게 하는 천 개의 매력을 가졌지만 도시의 공원은 밝을 때만, 그나마 쉬거나 운동할 수 있다는 등의 몇 가지 이유로밖에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한고 말한다. 심지어 어둠이 내리면 우범지대로 변하는 것이 바로 도심 공원이다. 도시란 원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위해 만든 인공의 공간인데 서울은 현재 본연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중에서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는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 마을버스, 방음벽, 남향 아파트, 방, 걷기 힘든 거리, 루체비스타, 새집증후군, 모델하우스 - 을 들어 서울이 다른 도시들처럼 동경하는 곳이 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살피고, 나아가 도시 서울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은 우리에게 어떤 풍경으로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안에서 즐겁고 행복한 것일까요?
살아가고 있는 곳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 -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였습니다.
| |||||||||||
글. 오스카
'푸른숲 산책 > 지식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열 길 속 사람 마음도 퍼낼 수 있는 '본심' 파악하기! (0) | 2011/09/07 |
|---|---|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고 쓰고 남기라 (0) | 2011/08/25 |
| 누가 서울을 도시라 하는가 (0) | 2011/08/09 |
| 2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슬픔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0) | 2011/08/03 |
| 4대강과 장마 (0) | 2011/07/08 |
| 아리랑을 아시나요?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슈 (0) | 2011/06/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