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유명인들의 자살이 부쩍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한 번 터졌다 하면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던 유명인들의 자살은
어느샌가 '이번에도 우울증이래? 쯧쯧'하고 넘겨버릴 정도로 무덤덤한 사건이 되어버렸어요.

<故 박용하 씨의 죽음은 친구 소지섭 씨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요>

유명인들의 자살 후에 각종 언론에서 꼭 이야기되는 게 있지요.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모방 자살 우려'예요.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이라 정의되어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되는 '베르테르'는 무엇일까요?

<독일의 문호, 괴테>

베르테르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소설의 주인공이에요.
실연을 반복했던 암울한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제목처럼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젊은 변호사였던 베르테르는 어떤 사건을 처리하러 들린 마을에서 로테라는 여인을 알게 됩니다.
그녀에게 반해버린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하지요.
그녀를 잊기 위해 먼 나라로 떠난 그는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다가 다시 귀국합니다.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된 로테를 바라만 보다가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자살을 하고 말지요.

 

<베르테르의 죽음>

이 소설은 25세의 풋내기 글쟁이에 불과했던 괴테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소설이란 방식으로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이야기한 이 작품은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것이었거든요. '유부녀를 사랑한 젊은 남자의 자살'이라는, 어떻게 보면 찌질하다고 여겨질만큼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고뇌하는 베르테르의 심리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마음에 동조하게 하고, 나아가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통찰을 하게끔 이끄는 데가 있었습니다.


<나폴레옹과 디즈레일리>

 

수많은 책을 읽은 독서광이자, 한 번 읽은 책은 말 위에서 던져 버리는 습관을 가졌던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전쟁터에까지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16번을 읽었다고 합니다. 영국 총리 디즈레일리는 이 책을 자살을 다룬 사악한 책이라고 비난하면서도 20번 넘게 읽었다고 고백한 바 있지요. 극작가 실러는 이 작품 하나로 저명인사가 된 괴테를 부러워하며 이 책이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 책에 깊이 감명받은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은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인 '로테'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기업 이름을 지었지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중 가장 심각했던 건 앞서 말한 '베르테르 효과'였어요. 당시 이 책에 깊게 빠진 독일 청년들 가운데에서는 베르테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도 다수 생겨났는데, 이들 가운데 베르테르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심한 경우는 책 속에서 묘사된 베르테르가 그랬던 것처럼 파란 연미복을 입고 권총으로 머리를 쏘는 것까지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네요.
이런 문제 때문에 로마 교황청에서는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해 읽지 못하게까지 했다고 합니다.

책이 출간된지 200년 후인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유명인의 자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약 두 달간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던 인물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사회적 전염을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이름 붙입니다.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릴 정도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써낸 괴테.
그는 25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은 오직 이 책을 쓴 작가로만 나를 기억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가 온 인생을 다 바쳐 쓴 대작 <파우스트>마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하니까요.

노래, 영화, 드라마 -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에는 '사랑'이라는 소재가 담겨 있지요.
사랑은 우리들의 삶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삶의 모든 것과 얽혀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작품 속 사랑을 보고 깊이 동감하게 되는 것이고요.
200년 전에 쓰여졌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슬픈 베르테르의 이야기.
가벼운 사랑 이야기가 난무하는 지금, 한 번쯤은 이런 순수하고 깊은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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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스카


Posted by 푸른숲 정원사